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출신으로 지금도 고향집을 갖고 있는 울산사람이다. 10남매의 장남으로 울산농업전수학교를 졸업하고 일제강점기인 1942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껌으로 사업을 시작해 국내 재계 5위까지 오른 성공한 기업인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로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우리나라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가 막을 내렸다.

신격호 회장이 울산사람이긴 해도 사업을 일본에서 시작한 탓인지 그의 고향에 대한 투자는 비교적 인색했다. 그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 1967년 롯데제과 설립과 함께였지만 울산에는 2000년대 전까지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이 고작이었다. 일반 시민들에게 비로소 롯데의 울산진출로 인식되는 롯데호텔과 백화점은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호텔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민자유치경쟁에서 선정돼 시외버스·고속버스터미널과 함께 2002년 2월28일 개관했다. 1976년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하여 설립한 롯데케미칼은 지금도 울산에 공장을 두고 있고, 2016년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한 롯데정밀화학, 롯데BP화학, 롯데첨단소재 등은 본사가 울산이다. 근래들어 사업체가 대폭 늘어났고 북구 강동관광단지의 리조트개발이나 울주군 KTX역의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예정돼 있지만 이들 사업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울산시민들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가 울산이 낳은 빼어난 기업인임에도 그의 고향 사랑이나 울산사람들의 그에 대한 애정이 높지 않은 것은 특이한 점이다. 울산에는 워낙 중후장대한 대기업들의 주력공장들이 많은데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로 인해 ‘현대공화국’으로 불린 것이 상대적으로 롯데에 대한 각별함이 없는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정주영학’이라고 할만큼 많은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신격호 회장에 대해서는 연구나 평가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신격호 회장의 고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기업인에 대한 반감이 많긴 하지만 그가 어려운 시대 우리나라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일등공신 중의 한명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부존자원이 빈약하므로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신념으로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관광산업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 결과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에 관광산업분야에서는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남다른 ‘기업가 정신’이 분명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고인이 된 그를 울산사람으로서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기도하다. 아울러 복잡한 가족사를 고려해 롯데와 울산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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