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겨울철 가장 많이 찾는 고기가 바로 가자미다. 구워먹기도 하고 미역과 함께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하며 조림을 하기도 한다. 특히 울산 동해쪽으로 나가면 태반이 정자참가자미 회를 찾는다. 그만큼 맛있다는 말이다. 가자미는 눈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 얼핏 보면 외눈박이처럼 보인다. 류시화 시인은 가자미를 소재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를 썼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 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은 조선 실학자 서유구가 지은 <전어지(佃魚志)>에 소개돼 있다. 가자미는 한자로 ‘비목어(比目魚)’ 또는 ‘접’이라 하는데, ‘양쪽 눈이 몹시 가까우면서 위쪽을 향해 서로 나란하기(比) 때문’이라고 했다. 비목어는 기원전 3세기 무렵의 자전인 <이아(爾雅)>에도 전설상의 물고기로 나온다. 이 책에 따르면 비목어는 눈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두 마리가 짝을 짓지 않으면 헤엄을 치지 못한다. 그래서 ‘비목동행(比目同行)’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외눈박이 물고기는 없다. 가자미는 눈이 오른쪽에, 광어는 왼쪽에 몰려 있기 때문에 옛 사람들이 외눈박이라고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속담에 ‘가자미 눈으로 본다.’는 말이 있다. 정면으로 상대방을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옆눈으로 비스듬하게 본다는 뜻이다. <이아>에는 비목어 외에 비익조(比翼鳥)도 소개돼 있다. 비익조는 암수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못하면 날지 못하는 전설상의 새다. 비목어와 비익조는 모두 남녀의 사랑을 비유한다. 특히 비목어는 20분이면 몸 색깔을 주변과 똑같이 바꾸는 기술이 있다. 모래·자갈이 깔린 수족관에 가자미를 넣어두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기 힘들 정도다.

이 맘때면 정자 바닷가에 회 맛을 보러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선다. 일본 속담에 ‘여름철 손님 접대와 가자미는 녹측(綠側)이 좋다’는 말이 있다. 녹측은 ‘방 밖에 조붓하게 깐 긴 툇마루’를 의미한다. 이 툇마루는, 말하자면 가자미의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말한다. 이 부위는 근육이 잘 발달돼 있어 씹히는 촉감이 쫄깃하고 콜라겐도 풍부하다.

어제는 대한(大寒)이었다. 대한을 넘으면 비로소 입춘 고개를 넘는다. ‘대한 끝에 양춘이 있다’는 말을 실감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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