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은 약 1년 6개월 전에 제기된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15일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렸다.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피고가 승소(원고 청구 기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대단히 이례적인 판결이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고는 2013. 3. 13. A 주식회사와 사이에 A 주식회사가 B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음에 있어 부담할 대출원리금 상환채무에 대하여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였고, A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C는 위 상환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 하였는데, A 주식회사는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였고 C가 위 채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C는 자신의 형인 D에게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여러 부동산을 증여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증여는 사해행위라는 이유로 위 증여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하며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무려 1년 6개월 간의 공방 끝에 결국 원고가 패소하였는데 피고의 소송대리를 맡아 승소로 이끈 법률사무소 종해의 박현철 대표변호사는 “문제가 된 증여행위로 인하여 C가 무자력 상태가 되거나 채무초과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은 피고가 아니라 원고가 밝혀야 한다. 즉, 소송법적으로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것이다. 피고는 1년 6개월 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문제가 된 증여 당시 C가 무자력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밝혔고, 피고가 끈질기게 다투자 결국 원고가 두 손을 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주채무자 또는 제3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고, 그 부동산의 가액 및 채권최고액이 당해 채무액을 초과하여 채무 전액에 대하여 채권자에게 우선변제권이 확보되어 있다면, 연대보증인이 비록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는 법률행위를 하더라도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21017 판결).”고 판시하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원고)로서는 그 담보권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주장하는 피보전채권이 그 우선변제권 범위 밖에 있다는 점을 주장 및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약 이 경우 원고(채권자)가 입증하지 못한다면 패소(청구기각)하는 것이다. 또 대법원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재산이 사해행위로 양도(증여 포함)된 경우에 그 사해행위는 그 재산의 가액, 즉 시가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 성립하고, 피담보채권액이 그 재산의 가액을 초과하는 때에는 당해 재산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33357 판결).”고 판시하여 애당초 부동산에 그 가액을 초과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되는 등 부동산 자체가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공하여지는 책임재산이 아니라면 위 부동산의 양도(증여 포함)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다수의 승소경험이 있는 박현철 변호사는 “일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피고 승소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실제로 5% 내외로 보인다. 그러한 이유인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들 대부분이 우선 패소를 한다고 생각하고 수행한다. 즉, 관행적으로 피고 패소(원고 승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포기상태로 소송에 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안된다. 따지고 보면,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승소할 여러 전략이 있다. 하급심 판결이나 대법원 판결을 모두 검색하여 보면 사건 하나 하나에 인용할 수 있는 판례들이 분명히 있다. 많은 변호사들이 지레 겁을 먹거나 패소를 각오하며 소송을 수행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박현철 변호사는 “특히나 피고가 애초부터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환가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피고가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대물변제를 받았더라도 이는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 또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편으로 자신의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제공한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 방법으로 신규자금을 추가로 융통 받은 것이 재판과정에 드러난다면 위와 같은 담보제공행위 또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위 수원지방법원 사건에서는 문제가 된 시점 당시 C명의의 부동산 등 각종 재산에 대한 시가감정신청 및 당시 C의 부채내역 확인을 위한 금융거래제출명령신청 등 여러 입증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박현철 변호사는 이에 대하여 “소송법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당시 C가 무자력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였다. 심지어는 마지막에 고작 수백만원의 다툼이 생겨 C가 보유하던 운송트레일러 및 텐트까지도 C의 적극재산 내역으로 제출하였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당시 C가 자신이 운영중인 주식회사 A에 대하여 거액의 가수금 채권(대표이사)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대법원은 채권의 경우 그것이 용이하게 변제를 받을 수 있는 확실성이 있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정하여 그것이 긍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극재산에 포함시키는데, 수원지방법원은 당시 주식회사 A의 폐업시점 및 2017년도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가수금 채권이 용이하게 변제를 받을 수 있는 확실성이 있는 채권이 아니라고 판시한 부분이다. 사실 이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갔다면, 대표이사의 가수금 채권 등 채권의 경우에 유독 피고의 소극재산 산정에서 불리하게 해석해오던 대법원 판결례를 바꾸어 보고 싶었으나 원고는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원변호사인 법률사무소 종해의 박현철 변호사는 그간 다수의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수행하면서 심지어는 채권금융기관의 소송포기, 즉 원고 소취하도 다수 받아내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불경기의 신호탄으로 최근 위와 같은 소송이 급증한다는 것은 국내 경기가 썩 좋지 않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박현철 변호사의 언급이 있다.

[경상일보 = 배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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