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 이어 다롄서도 의심 사례…‘사스급’ 법정전염병 지정
우한 왕래 차단 조치…항공편·여행상품 전액 환불해주기도

▲ 국내에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며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주의'단계로 상향된 21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병원에 '우한 폐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의 사망자가 6명으로 급속히 늘면서 제2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한 폐렴’에서 사람 간 전염 현상이 나타났으며 의료진도 대거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우한 폐렴은 진원지인 중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넘어 수도 베이징(北京)과 광둥(廣東)성, 상하이(上海)까지 번졌으며 동북 지역의 다롄(大連)과 광시(廣西)장족자치구에서도 의심 사례가 나와 사실상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21일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하루 동안 ‘우한 폐렴’ 환자 60명이 나왔으며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저녁 89세 남성이 ‘우한 폐렴’으로 사망한 것을 포함하면 사망자는 총 6명으로 늘었다.

보건 당국은 “시료 채취와 검사를 강화한 결과 60명을 추가 확진했다”면서 “환자 중 남성이 33명, 여성이 27명, 최연소자가 15세, 최고령자는 88세로 발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이들 중 17명은 중태고 3명은 위중하다”고 설명했다.

‘우한 폐렴’으로 지난 20일 사망한 환자들은 66세 남성과 48세 여성으로 모두 기침과 두통, 발열, 호흡 곤란 증세로 입원한 뒤 병세가 악화해 숨졌다. 이들은 당뇨병,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한시의 ‘우한 폐렴’ 감염자는 총 258명으로 이 가운데 25명은 완치돼 퇴원했으며 6명은 숨졌다. 나머지 227명은 격리돼 병원 치료 중이며 이들 중 51명이 중태, 12명은 위중하다.

우한시 보건 당국은 ‘우한 폐렴’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988명을 추적해 739명은 관찰 해제 조치했으나 249명은 여전히 의학적 관찰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의 고위급 전문가팀장이자 중국공정원 원사인 저명 과학자 중난산(鐘南山)은 지난 20일 밤 중국중앙방송(CC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지금까지는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만 밝혀왔다.

중난산 원사는 광둥성의 환자 가운데 2명은 우한에 간 적이 없으며 가족이 우한에 갔다 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 14명이 환자 1명으로부터 감염됐다는 사실도 전했다. 의료진의 감염 사례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의료진 가운데 1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 원사는 사람 간 전염과 의료진 감염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전염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사람 간 전염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폐렴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시장의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 원사는 또 “이번 춘제 연휴에 감염자 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우리는 ’슈퍼 전파자‘가 출현하지 못하도록 예방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우한의 화난(華南)수산도매시장에서는 야생동물도 도축해서 팔아왔다. 우한 위생건강위원회는 이 수산시장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중 원사는 2003년 사스 규모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준 인물 중 한명이다.

상하이와 다롄 보건당국도 이날 환자가 각각 1명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두 환자 모두 우한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우한을 방문했던 30대 남성이다. 

또 광둥성에서 발생한 환자 14명 중에는 10세 아동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전역의 환자 수는 우한을 포함해 광둥성(14명), 베이징(5명), 상하이(2명) 등 300여명에 육박한다.

이밖에 쓰촨(四川)성, 윈난(雲南)성, 산둥(山東), 저장(浙江), 광시성 등지에서도 의심 환자가 속출하면서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한 폐렴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당국과 기업들은 우한 왕래를 차단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톈진항공은 1월 15일∼2월 29일 우한행 항공편에 대해서는 전액 환불 조치를 내놨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携程)도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춘제 연휴 기간에 예약된 우한 지역 호텔과 관광지 입장권, 차량 이용 서비스의 예약을 환불 수수료 없이 환불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보건 당국과 우한 폐렴 발생지인 우한 정부도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내놨다.

우한시 당국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올해 춘제 문화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우한시는 또 감염방지 지휘본부를 구성해 중증 환자에 대한 일 대 일 맞춤형 관리를 시행하기로 했다.

국가 위생건강위원회 고위급 전문가팀은 “현재 상황에서는 우한에 될 수 있으면 가지 말아야 하고, 또 우한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될 수 있음 외부로 나오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면서 “이는 국가기관의 요구가 아니라 우리 전문가 집단의 건의 사항”이라고 권고했다.

태국과 일본,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나왔다.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질병 확산을 통제하라고 긴급 지시한데 이어 이날 중국 국가건강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법정 전염병 을(乙)류에 포함하고 최고 단계인 갑(甲)류 전염병에 준해 예방·통제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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