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등대처럼 깜박이는 홍시 한 개
그 불빛 반기면서 기러기 찾아들고
빈 들녘 허수아비는 수신호를 보낸다

 

▲ 김정수 시조시인

농부는 내 것이라고 다 가져가지 않는다. 서리 맞은 겨울나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새빨간 홍시 속에 농부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낮은 가지는 길 가는 이 맛보라고, 높은 가지는 날짐승의 먹이로 남겨둔다.

그 심성을 닮은 듯 구만리 하늘길을 찾아 온 기러기떼 우왕좌왕할까 봐 찬바람 이겨내며 더 붉게 빛나는 감. 세파를 잠시 잊게 만드는, 작지만 뜨거운 한 점 불씨.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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