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일본 고베에서 합창 페스티벌이 있어 심사위원으로 다녀왔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합창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으며 페스티벌마다 각각 의미를 부여하거나 염원과 희망을 내걸고 있다. 보통 ‘노래하자 희망을’ ‘노래하자 즐겁게’ ‘노래하자 평화를’ 등등 이렇게 세계인과 나눌 주제를 정한다. 그러나 고베의 합창페스티벌 주제는 ‘노래하자, 기도하자’였다.

심사위원으로 초청받고 축제 내용을 살펴보다가 이 주제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단순히 고베에 신앙심이 좋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베에 가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뇌리에서 벌써 잊혀져 있던 고베의 지진과 고베의 고속도로가 끊겨진 장면의 뉴스 화면이 떠올랐다. 그때 지진의 피해 규모는 엄청났었다. 사망자가 6400명이 넘었고 부상자는 4만4000여명이었으며 그중 한인의 피해도 500여명이나 됐던 아픔이 있었다.

25년 전 천재지변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때부터 매년 희생자 위로 음악회를 열고 있으며 25년 전 작곡한 추모의 노래를 매년 합창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년 전부터 국제합창페스티벌로 확대하여 매년 고베시 자체적으로 합창 축제를 열어 나가며 매 2년마다 전 세계 합창단들을 초청하여 합창 경연대회와 축제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일본의 작은 도시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난 그 날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열어가는 합창제와 전 세계 합창단을 초청하여 여는 합창경연대회는 정말 성공적이었다.

축제에 참가하여 무대에서 함께 노래한 현지 합창단원은 초등학교 연합합창단 200여명, 중·고등학교 연합합창단 300여명, 일반 여성합창단 300여명으로 대단한 참여인원이었으며 수준도 높았다. 경연대회에 참가한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헝가리, 홍콩,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 많은 국가에서 각 나라에서 몇 개의 합창단들이 참가하여 정말 열띤 경쟁을 했다. 우리나라 합창단도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면 좋은 성적을 얻는 잘하는 합창단이 많은데 이 합창제엔 한팀도 참가하지 않아 아쉬웠다. 세계 10여개국의 합창단이 고베에 모여 함께 노래하며 교류하는 장면을 보며 우리나리에서 열리는 합창제에서는 외국합창단이 참석하는 일이 드물어서 일본의 합창외교력이 몹시 부러웠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추천음악 =레퀴엠, 베르디작곡, 국립합창단(지휘 구천) 연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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