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22일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선영에 모셔졌다. 항연 99세의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간지 78년만이다. 일본에 세운 (주)롯데가 일본 제1의 종합과자메이커로 성장했음에도 귀화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유지했던 고인은 모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로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 평생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확장해나가 국내에서도 재계 5위로 우뚝 섰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울산사람들로부터 고향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모국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고향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 둔기리가 수몰되자 1971년 ‘둔기회’를 만들어 매년 5월 마을 잔치를 베풀었다. 한때 1000여명이 참석하기도 했던 이 잔치는 40여년동안 계속됐고 고인도 가족들과 함께 참석하곤 했다. 2009년 12월 570억원을 출연해 고향 지명을 딴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 지금까지 장학금과 복지시설 확충, 문화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또 240억원을 출연하여 남구 옥동에 울산과학관도 지어주었다. 이는 그가 울산 출신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일이다.

사후에도 그의 고향사랑은 더욱 크게 빛을 발할 전망이다. ‘신격호재단’을 만들어 300억원을 투자해 롯데정밀화학 부지내 아트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하니 말이다. 사업에서도 롯데케미컬을 비롯해 최근 인수한 롯데정밀화학과 롯데비피화학 등 화학 3사를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신·증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에도 3125억원이 투입된다. 롯데의 울산 비중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 울산이 낳은 ‘거인’으로서의 면모가 새삼 크게 와닿는 대목이다.

울산은 단순히 공장이 많은 공업도시가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도시다. 국가가 나서 하나의 도시를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하고는 조선·자동차·석유화학업종의 기업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산업을 불러일으킨, 전무후무한 곳이다. 때문에 울산 출신인 신격호 회장은 말할 것도 없고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우리나라 ‘창업 1세대 경영인’ 중 울산과 인연이 없는 창업주는 없다. 특히 이 가운데 신격호·정주영·최종현 회장은 각별하다. 울산시가 그들의 업적을 기려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음에도 아쉽게도 현대중공업 내에 있는 정주영기념관이 고작이다.

신격호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이들에 대한 재조명과 기념사업 등을 활발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학술적 재조명을 비롯해 인물기념관 건립은 물론이고, 롯데과자박물관 등 업종 관련 문화시설 건립 등 문화·관광상품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들이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기 전에 서둘러야 할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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