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원로 박종해 시인
새책 ‘이슬의 생애’ 펴내
기존 시집 13권 중에서
울림 큰 시 70여편 추려

 

‘…이렇게 작은 풀잎 위에 집을 짓고/ 하룻밤을 천년 세월처럼 지내다가/
신의 말씀으로 빚은 해오름이 되면/ 나는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나야 한다/
…이렇게 간단한 삶의 한때를/ 천년을 살다 갈 듯이 서로 상처 주며/
고통과 고뇌를 내 몸속에 새기며 살아오다니.’ -‘이슬의 생애’ 중에서

▲ 울산문단의 원로 박종해(78·사진) 시인

울산문단의 원로 박종해(78·사진) 시인이 새 시집 <이슬의 생애>를 펴냈다. 시선사가 진행하는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일환.

한국의 현대시는 한때 독자와의 소통에서 벗어나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르러서는 시인만 남아 있고 독자는 멀어져간 결과를 낳고 말았다. 좋은 작품을 향유하고 감상해야 할 문학의 기능적 측면에서 이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 시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를 바로잡고 시인과 독자와의 간극을 좁히는 시를 쓰는데 몰두해 왔다. 아니 어쩌면 가슴 부푼 문청일 때부터 52년이 흘러 원로의 반열에 오른 지금까지 언제나 그같은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삶의 자세를 이어왔다.

시집에는 그 동안 박 시인이 출간한 13권의 시집 중에서 비교적 짧은 시, 명징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소통 시를 가려 실었다. 총 5부 70여 편에 이른다.

‘산에들면/ 내가 산이요/ 강에들면 내가 강이다/ 도둑 소굴에 들면 내가 도둑이요/ 스님의 방에 들면 내가 선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앉아있나.’ -‘자리’ 중에서

박종해 시인은 책 속 ‘시인의 산문’을 통해 “시인은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 길을 열어주는 언어의 전달자가 아니겠는가. 남은 일생 동안 나의 시가 어떻게 변모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모호한 시의 안개 속을 명징하게 불 밝히며 외롭고 고달픈 시의 길을 부단히 걸어가리라 내 자신을 믿어본다”고 밝혔다.

박종해 시인은 1968년 울산문인협회원, 1972년 잉여촌 동인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했다. 울산예총회장, 한국펜이사를 역임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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