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구대(집청정 시집). 450 x 120㎝,

29~내달 3일 울산문예회관
대표작품 ‘반구대’부터
해현갱장·화복무문 등 소개
관람객들 작품 이해 도우려
원문·한글 해석 들어가 눈길

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한해를 제대로 시작하는 출발선에 다시 섰다. 마음가짐이 남달라야 할 때다. 解弦更張(해현갱장)은 이럴 때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다.

‘거문고 줄을 풀어 팽팽하게 다시 맨다’. 줄이 낡아 오래 되면 아예 줄을 죄 풀어서 새 줄로 다시 매야 한다. 그래야 늘어지던 소리가 찰지게 되고, 흐트러진 음이 제자리를 찾는다.

마음 깊이 새겨둔 이 말을 인생의 구비미다 꺼내보는 노(老) 서예가가 있다. 소 걸음처럼 우직하게 서도의 길을 걸어 온 우보(牛步) 배성근(사진) 서예가다.

 

열번째 ‘배성근 서예전’이 29일부터 2월3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1전시장에서 열린다.

개인전이 열리는 전시장은 단일 면적으로는 울산에서 가장 큰 규모다. 배 서예가는 그 곳에서 전통과 현대, 글과 그림, 서예와 설치를 오가는 작업으로 2년에 한번씩 노익장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고전(古典)을 거부하지 않고, 시대(時代)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모토 아래 수천년을 이어 온 서도의 기술과 정신을 놓치지 않으면서 현대미술 버금가는 조형미로 전시장을 구성한다.

대표작은 ‘반구대(집청정 시집)’이다. <집청정시집>을 참고해 한자와 한글로 완성했다. 시집은 대곡천 반구대를 찾았던 조선조 선비 260여명의 한시 406수가 수록돼 있다. 반구대 옆 집청정이 세워지기 전에 이미 언양에 유배왔다가 반구대에 올라가서 지은 권해(1639~1704) 작품부터 19세기 말엽까지 다양한 시가 그 속에 다 들어있다. 빼어난 경관을 아름다운 싯구절로 남긴 선현들의 족적이 후대 서예가의 대작으로 다시 태어난다.

해현갱장은 물론 화복무문(禍福無門·화복이 오는 길에는 문이 따로 없다), 득시무태(得時無怠·좋은 때를 얻으면 태만함이 없이 근면하여 기회를 놓치지 말라) 등 문헌 속 명언과 사자성어도 다수 소개된다.

독특한 전시 연출로 시선을 끈 배 서예가의 행보는 이번에도 계속된다. 작품 속에는 원문과 한글 해석이 함께 들어간다. 보고 읽는 이들이 작품을 쉽게 이해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천장에서 시작돼 바닥까지 이어지는 작품 설치로, 전통에 기반한 서예 작품이 현대미술 못지않은 파격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배성근 서예가는 대한민국서예대전, 성균관대박물관, 한국서예박물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등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전북서예대전, 경북서예대전에서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우보서실(울산시 남구 무거동)을 운영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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