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 대체로 ‘입춘설’ 지지
설날 ‘입춘 vs 동지’ 의견분분

▲ 김성용 울산광역시문화원연합회장

지난 13일 울산향교 전교 이·취임식에서 모 기관장이 “해가 바뀌니 다들 ‘경자년’이라고 하는데, 양력 설과 음력 설 중 언제부터 쓰는게 맞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성균관 유도회장이 “이런저런 설(說)이 있는데, 명리학(사주학)을 하는 사람들은 입춘일을 기준으로 삼고, 우리 유림에서는 대개 음력 설인 ‘설날’을 기준으로 한다”고 답변했다.

이렇듯, 해마다 신년 초에는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해가 바뀌고 양력 1월에 태어난 아기의 띠가 어떤 건지에 대한 아기 부모의 궁금 점은 특별히 더할 것이다. 이에 따라 혼란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자 적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달력은 달을 중심으로 하는 음력이다. 그러므로 명칭부터 달력이고 몇 월 몇 일 또는 몇 월 달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달은 보름 주기로 찼다 기울었다 하기 때문에 달력이 없어도 날짜를 요량하기에 용이했다. 그러나 달은 한 달을 요량하기는 좋지만, 춘하추동의 계절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계절은 달 보다는 태양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해서 우리는 음력 속에 태양과 관련된 양력의 24절기를 추가 한다. 이를 태음태양력이라 한다.

즉, 우리는 그냥 음력이 아니라 태음태양력을 사용했던 것이다.

24절기는 태양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므로 양력을 사용하는 오늘날의 달력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24절기의 첫 번째가 바로 입춘이며 날짜는 매년 2월4일이다.

그런데, 왜 띠는 입춘에 바뀌는 것일까? 과거에는 왕조에 따라서 한해를 시작하는 설날이 달랐다. 주역(주나라 점서)이나 주나라는 동지가 설날이었다. 하나라는 입춘이 설이었다. 즉 고대에는 새해와 관련된 여러 가지 기준이 존재했던 셈이다.

문헌이 다소 불충분 하지만, 맹자는 동지설을 주장했고 공자는 입춘설을 지지했다.

입춘에 띠가 바뀌는 것은 하나라와 공자의 관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고대의 한 해 시작은 동지든 입춘이든 간에 모두 양력이었던 셈이다. 동지가 설이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동지를 작은 설 이라고 하여 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불교계도 대체로 입춘설을 지지하는 것 같다. 필자가 이에 대해 한학자에게 물어보니 “중국의 고대국가인 하나라는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로 삼았고, 상나라(은나라)는 섣달 초하루를 설로 삼았으며 그 뒤 주나라는 동짓달 초하루를 설로 삼았고, 그리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다시 10월 초하루를 설로 삼았는데, 한 무제가 그 중 하나라 설인 음력 초하루가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 다시 하나라 설을 지지함에 따라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논어 위정편 23장), 우리나라도 자연히 그 영향을 받아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날로 정하게 되었다. 다만, 띠가 바뀌는 기준 일에 대해서는 공자가 직접 언급한 내용은 없다. 주자 등 공자를 따르는 후학들이 공자의 가르침을 해석해 입춘설(說)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 한 것 같다”고 알려줬다.

이렇듯 학식있는 몇몇 분들은 띠가 바뀌는 기준 일에 대해 대체로 입춘설(說)을 지지하는 것 같다. 명리학자들은 거의 매년 2월4일 경, 해가 황경315도(입춘 절입 시각)에 이르는 시점 직후 띠가 바뀐다고 한다. 또한, 한국학 중앙연구원 김일권 교수도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김일권 교수는 “띠가 단순히 민속 전통이 아니라 천체과학에 기반 한 역사시간학의 전통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며칠 후면 입춘일(2월4일)이다. 2020년 1월에 그 것도 설날 전 후로 애기를 낳았거나 낳게 될 부모들이 이를 참고하면 좋겠다. 김성용 울산광역시문화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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