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일탈이자 탈출이라고 할 수 있는 여행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여행지에 가면 볼만한 게 있을까? 먹을만한 게 무얼까? 묵을만한 곳이 어딜까? 이 모두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여행이야말로 최고의 여행이라 할만하다.

낭만항구이자 맛의 도시 목포에 가면 ‘학은재’(鶴隱齋’란 이름도 운치있는 한옥민박집이 있다. 숙박업을 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 아니라 공직생활을 하면서 다년간 일본에서 근무하고 휴일에는 국내의 여러 장소를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던 주인이 은퇴 이후 목포가 좋아서 50여년이 지난 전통한옥을 리모델링해 별장으로 사용하던 것을 일반에게 개방해서 운영하는 곳이다.

‘학은재’는 유달산(노적봉), 목포역이나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무안공항에선 자동차로 40여 분 거리인 유달산 남쪽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거주지였다가 해방 이후에는 관청 및 고급주택들이 들어서 있어 구도심의 압구정동이라 부른다. 여행자들이 머물면서 주변을 오가기엔 아주 좋은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라 할만하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역사/문화가 보존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한 지역이 목포시(유달동,만호동)와 군산시(월명동,장미동), 영주시(철도역 주변) 등 3곳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한옥민박 ‘학은재’가 위치한 주변은 경관보전지구로 지정되어 3층 이상 건물의 신축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 한옥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한 ‘학은재’는 어둡고 칙칙한 방 안에 갇혀 지내는 분위기의 숙박시설이 아니다. 한지 문풍지로 밝게 비치는 아침햇살, 아담한 잔디마당의 담장 아래에 피어있는 예쁜 꽃들, 예스럽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소품들이 반겨주는 곳. 정말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에서 그냥 며칠 더 머물고 싶은 기분을 들게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이곳의 자랑거리는 넓고 아늑한 다다미가 깔린 거실과 방 3개가 딸린 한옥을 ‘독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합리적인 요금으로 한옥 전체를 사용할 수 있어서 주변 투숙객이나 오가는 사람들에 대한 부담이 없어 그야말로 조용하면서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편안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말 그대로 힐링 여행, 조용한 휴식 여행, 새로운 여행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르네상스양식의 근대역사 제1관(구 일본영사관), 근대건축기법 연구의 보고인 근대역사 제2관(구 동양척식회사), 이순신 장군의 호국혼과 일제강점기 민족의 애환이 서려 있는 유달산, 수군 교대식 재현 행사로 알려진 목포진, 일본식 정원을 그대로 간직한 이훈동정원과남종문인화 등 고미술품과 도자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성옥기념관, 고 김환기 화백과 친척인 김암기 미술관 등이 주변 100m 이내에 있어 산보하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아울러 10곳이 넘는 카페가 주변에 성업 중으로 발걸음이 무거우면 커피 한잔을 하며 쉴 수 있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2019년 9월에 개통한 국내 최장의 해상케이블카를 타는 곳(북항스테이션)까지 자동차로 7분 이내 접근할 수 있고 주변에 소문난 맛 집들이 산재해 있는데다, ‘민어의 거리’‘홍어의 거리’ 가 가까이 있어서 아름다운 볼거리와 풍요로운 먹거리를 체험할 수 있다. 학은재에서는 숙박인원이 4인이하일때 목포케이블카를 이용하고 싶은 고객들한테는 무료 픽업서비스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학은재 대표는 “얼마 전에 70대 초반의 서울 할머니들이 오셔서 머무셨는데 제가 목포시에 대한 볼거리, 먹거리 그리고 인물들에 관해 쓴 ‘목포산책’이란 책을 읽어보신 후, 주변의 맛집을찾아다니시고 미술관과 역사유적지도 관람하시다가 힘들면 카페에서 쉬시면서 아주 즐겁게 지냈다고 좋아하셨습니다”라며 “특히, 나이가 들면 잠자리만 바뀌어도 쉽게 잠을 자지 못하는데 이 곳에서는 아주 편히 잘 잤다고 하시면서 내년 봄에 다시 한번 내려와야겠다며 환하게 웃으시면서 떠나셨습니다.”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곤 “우리 집이 한옥이라 시설이 열악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시설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깨끗한 침구류부터 욕실용품이나 주방시설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 젊은 투숙객들을 위해서 와이파이와 TV를 설치했습니다. 겨울 방학 기간 자녀들을 데리고 근대역사/문화 도시인 목포에 오시면 역사 교육은 물론 전통 한옥의 운치도 함께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전화를 주시면 친절히 안내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상일보 = 배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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