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문 전 울산강남교육장

약한 암탉도 병아리를 품고 있을 때만은 매를 겁내지 않고 저항한다. 낙타도 자기 새끼가 죽어 사막에 묻히면 오래도록 그 장소를 기억한다. 이처럼 짐승이나 사람이나 모성애처럼 강한 것이 없다. 요즘 자기 자녀를 원하는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어머니가 만들어 준 ‘인턴 확인서’가 특혜와 편법과 위법의 의혹 속에 오랫동안 세상이 시끄럽다. 그러나 반면에 어머니의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 준 ‘삶의 인턴 확인서’가 자녀의 일생에 나침판 역할과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되새겨 볼 교훈을 주고 있다.

오래 전 여수시 변두리 작은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일이다. 주인공은 36세의 어머니와 14세의 딸이었다. 모녀는 육지에서 3마일 떨어진 외딴섬에 살았다. 집이라곤 세 채뿐, 주민은 10명도 안되었다. 학교교육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딸의 학교문제를 남편과 의논했으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배우지 못한 한을 딸에게는 물려줄 수 없었다. 몰래 딸을 데리고 육지에 나와 입학수속을 하고 노를 저어 억척스런 6년간의 ‘모정(母情)의 뱃길’ 등하교가 시작되었다. 졸업장을 받는 날, 딸은 어머니의 정성이 고마워 울었고 어머니는 계절과 날씨를 가리지 않고 험한 뱃길에 자신보다 더 고생한 딸이 안쓰러워 울었다. 6년 동안 모정의 뱃길을 통하여 ‘삶의 인턴 확인서’를 딸의 가슴에 새겨주었다. 그 인턴 확인서에는 어머니의 정성과 노력의 가치가 딸에게 평생 동안 각인되어 있다. ‘6년간의 모정의 뱃길’을 두고 누가 특혜요 편법 위법이라고 시비를 걸겠는가.

전에 새싹회가 선정한 ‘장한 어머니’로 선정한 김옥분 할머니는 19년간 교도소 문을 드나들며 평생을 감옥에서 지낼 아들을 훌륭한 화가로 만들었던 장한 어머니였다. 6·25때 군에 입대한 외아들 황찬삼씨가 전쟁 중에 휴가를 얻어 고향에 갔다가 병고에 신음 중인 어머니와 굶주리고 있는 여동생을 보다 못해 휴가증의 날짜를 고쳐 귀대날짜까지 귀대하지 않아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전주교도소로 수감되었다. 어머니는 교도소 앞에 셋방을 얻어 떡 장사, 과일 장사를 하면서 매주 빠짐없이 면회를 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칭찬을 들었던 생각이 떠올라 붓, 먹, 벼루, 화선지를 넣어주었고 그림공부를 시켜줄 선생을 찾았다. 김제에 있는 나상목 화백을 만났다.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여 승낙을 했고 교도소장도 옥중에서 그림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국전까지 입상되어 동양화가로 대성한 것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정성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황찬삼씨는 고백하고 있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삶의 인턴 확인서’에 어느 누가 특혜와 편법이라고 시비를 걸겠는가.

이순신 장군이 투옥되자 이순신 어머니는 임금님을 뵈옵고 하소연하려 도보로 한양으로 가다가 도중에 여독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순신이에게 충(忠)하라 가르쳤지 역적되라 가르치지 않았다. 나보다 순신이를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이 어미 말고 아무도 없다. 순신이는 절대 역적이 아니다” 이것이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가 임금님에게 전해드리고 싶었던 마지막 말이라고 전해진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깊은 감화의 인턴 확인서가 나라를 구할 수 있었던 애국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자녀들의 잘하고 못하고 선하고 악하고를 두루뭉술 감싸는 포용원리를 대행한다. 아버지는 못하면 잘하도록 또 악하면 선하도록 따지는 단절원리를 대행하는 법이다. 아버지가 내려치는 매를 어머니는 아이의 어깨 위에서 대신 맞아야 한다. 그래야 아버지도 살고 어머니도 살고 아이도 산다. “그 애의 잘못이 아니오”하면서 아이의 어깨 위에서 대신 맞는 어머니의 가슴 뜨거움이 아이의 회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특혜와 편법은 한계가 있다. 특혜와 편법으로 자식들을 성공시킨 사람들을 수 없이 봐왔다. 그와 비례해서 그들의 비참한 최후의 몰락도 또한 수 없이 봐오지 않았던가. 자라면서 어머니의 정성과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 주는 올바른 ‘삶의 인턴 확인서’는 일생의 나침판과 올바른 가치관으로 항상 자녀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올바른 삶의 가치다. 윤정문 전 울산강남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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