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코앞이지만 준비 소홀
보다 폭넓은 직업능력 개발 필요
기업·사회는 든든한 지원군 돼야

▲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2세이며 매년 증가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인간의 수명은 곧 100세를 바라보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조선시대 왕의 평균 수명이 46세에 불과하다고 하니 일반 백성의 평균수명은 40세 이하에 불과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그 수명은 더 짧았으며 동양에서는 70세를 사는 것이 예부터 드문 일이었으며, 나이 70세를 고희(古希)라고 불렀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로 늘어난다는 것은 과거의 삶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정년후 퇴직금 등으로 살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으나, 요즈음 입직나이를 감안하면 30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그 만큼의 시간을 직업 없이 생활할 수가 없다.

고령화 시대를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는 정년 이후의 삶을 ‘제2의 인생’이라고 하며 과거의 직위나 직업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이 이미 오래 전에 정착 되었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프리드먼은 이를 다시 한 번 직업을 갖자는 뜻으로 ‘앙코르 커리어’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경력개발 준비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최근 기업에서는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책무를 기업이 아닌 개인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채용형태를 살펴보면 과거 대규모 공채를 통하여 직원들을 선발하고 교육훈련 등을 통하여 필요한 능력을 향상시켰으나 최근에는 많은 기업에서 신입공채 보다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제도를 전환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신입공채 비율은 2009년도 82%에서 2016년 71%로 감소한 반면 경력채용은 2016년에 29%로 그 비율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개인의 직업능력개발 수요도 과거에는 현 직무와 관련한 분야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미래의 경력개발과 관련된 자격증 취득, 외국어과정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격시험 중 퇴직후를 위한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경비지도사 등에 대한 응시인원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경력개발을 위해서는 개인, 기업, 사회 모두의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한 신 직무능력을 습득하고 인생 이모작에 대비하여 다양한 직업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를 필요로 한다. 기업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지속적인 직업능력개발을 배려하여야 한다. 사회에서는 개인이 부담없이 미래의 경력개발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사업주훈련, 유급휴가훈련, 일학습병행제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사업은 자칫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중소기업의 근로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에서도 최근 내일배움카드제도를 개편하여 재직자와 실업자 구분없이 직업능력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였다.

현재도 저술이나 강연 등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올해 101세의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의 저서 <100년을 살고 보니>에서 100세 시대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김 교수의 지인 중 한 분이 90세가 되었는데 60세 이후의 삶에 대해서 후회스럽다고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그 분은 노년을 의미없는 소일거리로 보냈다. 만약 본인이 30년을 더 살 것을 예측하였다면, 재취업, 봉사활동 등으로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하였다.

100세를 살아가는 일이 축복이 될지, 고통이 될 지는 개인, 기업, 사회의 준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본다. 개인은 평생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경력개발의 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는 근로자의 경력개발에 대한 자체적인 지원을 확대하여야 한다. 아울러 사회에서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평생직업능력개발이 보편화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관련 사업을 확대 지원하여야 한다.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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