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설날이 지났다. 우리는 설날 전후엔 가족 또는 이웃과 의례적인 덕담을 나눈다. 이 덕담은 사회적 문화적 관습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동화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그런데 이 익숙한 말 중에는 어법에 맞지 않는 예도 있다.

설날의 가장 흔한 인사말이 ‘즐거운 설날 되세요’이다. 그러나 이 문장은 사실 어법적으로 잘못된 표현이다. 어법적으로 살펴보면, ‘즐거운 명절 되세요’ 문장에 생략된 주어 ‘당신은’을 삽입하면 바로 알 수 있다. ‘당신은 명절이 된다’가 되어서 어법적으로 잘못되었다. 제대로 표현하면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이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도 같은 어법 논리를 적용하면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로 표현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보낸다’라고 표현해야 우리말 어법에 맞다.

‘설날’이라는 낱말에서 ‘설’이라는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한가지는 ‘삼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새해 첫날에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내게 해달라는 바람이다. 또 하나는 ‘섧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견해이다. 해가 지나고 새해가 오니 늙어가는 처지를 서글퍼하는 의미이다. 이외에도 ‘설다, 낯설다’라는 뜻이 있다. 한 해를 새로 세운다는 뜻 ‘서다’에서 생겼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설’과 연관된 단어 중 ‘설빔’이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설’과 ‘비음’이란 말이 합성된 말이다. 비음은 명절이나 잔치 때 새 옷으로 치장하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이 ‘설비음’이 축약되어 ‘설빔’이 되었다. 근래 설빔의 뜻이 변화하고 있다. 설빔은 ‘설날에 새 옷을 차려입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변해서, ‘명절에 입는 새 옷’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고 신영복 선생의 <엽서>에서 ‘세모에 어머님께’라는 글을 다시 새겨본다.

‘설날에는/ 어머님이 계신/ 아파트의/ 좁은 현관에/ 신발들 가득히 넘쳐나고/ 아이들 울음소리/ 글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로 해서/ 어머님 아버님의 겨울이/ 잠시 동안이나마/ 훨씬 따뜻하고/ 풍성해지리라 믿습니다(세배 대신 엽서 드립니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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