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시대 ‘공동체의식’ 필요
더불어 살아갈 때 일-가정 양립도 가능
어려서부터 사회구성원의 가치 교육을

▲ 박혜원 울산대학교 보육교사교육원장

한 국가의 인구가 일정수준을 유지하려면 자연적인 사망률을 감안할 때 부부 2명이 2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 2.1의 출산율을 보여야 하는데 2018년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0.97이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저출산율이다. 이러한 초저출산문제를 좀 더 구체적인 숫자로 살펴보자. 1971년 104만명 이상이던 출생아수가 2019년 현재 30만명을 겨우 넘겼다고 한다. 50년이 채 안된 기간동안에 70%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보다 최근 5년간의 자료가 더 실감날 수 있다. 5년전인 2015년 43만명의 출생아수와 비교하면 2019년 30만명의 출생아수는 무려 30% 가까운 감소율을 보인 것이다.

이렇게 출산율이 점점 더 가파르게 감소하는 추세는 통계청이 예언한 것보다 훨씬 빠른 미래에 한국에서 아기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 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정해진 미래>(조영태, 2016)의 저자인 인구학자는 출산율과 같은 인구동향을 통해 이 아기들이 주인공이 될 20년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적어지는 세대의 크기는 곧 한국사회의 경제력의 감소를 의미하게 될 것이며 직업과 산업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직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초등교사의 수는 가장 먼저 줄여야 할 것이며 아기 기저귀를 만드는 공장은 그 품목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이상 정부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의 부담이 줄여주고자 보육비, 세금감면, 보육시설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6년부터 2018년사이 150조원이 넘은 예산을 지원했다고 추산된다.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초저출산사회에 살게 된 우리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아는 것이 힘이고 알면 이길 수 있다.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히 예측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중요하다.

한 심리학연구에 따르면 한 국가의 경제발전수준은 생산인력들이 20년전 초등학교시절에 읽은 교과서에서 다룬 성취지향적 내용과 상관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출산장려책은 현재 성인이 된 젊은이나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출산장려책은 미래의 젊은이인 어린 아동이 그 대상이 되어야 예측가능하고 장기적인 대책이 된다.

어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저출산 고령화사회인 한국에 밝은 미래가 존재할 것인가? 교육자들은 작아지는 한국 사회에 걸맞는 질적으로 향상된 인재를 양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저출산뿐 아니라 고령화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젊은 사람 한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의 수가 급증한다고 하니 자녀들의 미래가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이 있다. 더 이상 노인부양은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과제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내 가족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생각하는 더욱 커다란 공동체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 마을 공동체들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식당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금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사태를 보면서도 우리는 남들과 함께 살아야 하고 타인의 배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려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더불어 사는 것의 귀중함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어려서부터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누가 이러한 가치를 심어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을 하는 사람은 바로 첫 교훈과 지식을 제공하는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보육교사, 유치원교사들이다. 각 가정에서의 밥상머리 교육과 아이들의 ‘첫 사회생활’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오늘의 교육’이 우리의 ‘미래’를 정한다. 양육자들은 미래를 준비한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공동체의식을 실천해 가야 할 것이다. 박혜원 울산대학교 보육교사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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