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배 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문화도시 담론이 대세다. 산업 기반의 도시발전이 한계에 직면한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동력을 ‘문화’에서 찾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문화도시의 비전과 전략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울산도 문화도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다. 하지만 얘기만 무성할 뿐 아직 체계적인 전략과 방향 제시는 없다. 다음은 울산이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당국과 시민이 공유했으면 하는 의견이다.

첫째, 문화도시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체’이다. 2018년 현재 울산에는 2개의 예술단체 연합회 회원 약 4000명, 생활문화동호회 442개, 사회적 기업 140개, 청년문화단체 35개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주변 도시에 비해 열악한 편이지만 울산시민이 다양한 문화 활동과 체험을 통해 나름의 문화 발전을 일궈왔음을 말해준다.

그러한 노력이 문화 소비층 저변을 확대하고 문화 활동의 영역을 확장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시민의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태도를 형성하는 데는 미흡했다.

문화도시가 지향하는 바는 시민이 단순한 문화 소비자가 아니라 문화의 기획과 생산에 참여하고 혜택을 공유하는 수평적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데 있다.

시민의 사회적 위치 변동은 시민 및 콘텐츠 간의 네트워크 혹은 거버넌스, 문화산업을 위한 플랫폼과 문화생태계 구축을 촉진할 것이다.

둘째, 문화적 ‘장소’ 문제이다. 지금까지 문화적 공간은 다양한 규모의 공공 기관과 소수의 민간 기관이 주류였다. 물론 고급 매머드 공연장도 필요하고 기존 기관의 역할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민의 접근성을 고려할 때 해변, 호수변, 강변, 공원, 도로, 둘레길 등을 문화적 공간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프롬나드, 워터 프로젝션, 버스킹 등의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적 공간은 무한정 열려 있다.

공간 확대의 측면에서 보면 문화 공연, 전시, 토론 등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문화가게’를 거점 플랫폼으로 조성하거나 버려진 공장, 창고, 건물을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여 문화적 실험, 공연, 제작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셋째, 문화도시 기획은 ‘브랜딩 프로젝트’여야 한다. 문화도시 조성의 과정과 결과는 시민의 정체성 형성과 외지인의 울산이미지 변화 및 그에 따른 방문, 투자, 이주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문화도시로 울산이미지를 탈바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도시울산의 기획이 태화강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울산의 축제 중 대표적인 것은 마두희축제, 고래축제, 쇠부리축제, 옹기축제이다. 이미지와 관련된 다른 것으로는 대공원장미축제와 태화강봄꽃대향연, 프롬나드페스티벌, 처용문화제, 한글문화예술제, 산업문화축제, 간절곶해맞이축제, 세계산악영화제 등을 들 수 있다.

모든 축제가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문화도시의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4계절을 기본 축으로 하고 선사시대에서 현재에 이르는 울산의 역사와 문화, 해양과 산악을 포괄하는 콘텐츠 구성이 요구된다.

겨울축제가 별로 없는 울산에서 워터 프로젝션을 사용한 물빛축제는 어떨까. 이것이 앞서 언급한 내용과 태화강 생태계를 담아낸다면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울산이미지의 개선을 가능케 할 것이다.

요컨대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울산 발전의 기획에서 전략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점은 당국-이해관계자-일반시민의 수평적 참여, 문화 공간의 창조적 확장, 정체성 형성과 울산이미지 개선 등이다. 김정배 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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