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역전승’ 조코비치
경기후 어린시절 기억 떠올려
“3세트중 탈수…정신으로 버텨”

▲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가 3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도미니크 팀(5위·오스트리아)을 물리치고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멜버른 AFP=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힘들어 보였다. 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을 상대한 조코비치는 2세트 후반부터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특히 2세트 게임스코어 4대4로 맞선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서브 시간 초과로 페널티를 받고서는 주심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잃고 나서 벤치에 앉아 주심에게 “아주 잘했다. 당신은 자신을 스스로 유명하게 만들었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페이스가 흔들린 조코비치는 3세트에서는 게임스코어 0대4까지 끌려가며 일방적으로 몰렸다.

3세트 초반에는 의료진을 벤치로 불러 몸 상태의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조코비치의 파워나 스피드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반대로 팀의 강력한 서브와 포핸드의 위력은 더해져 갔다.

하지만 4세트부터 전열을 가다듬은 조코비치는 4, 5세트에 상대 서브 게임을 딱 한 번씩 브레이크하며 점수를 빼앗아 힘겨운 3대2(6-4 4-6 2-6 6-3 6-4)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조코비치는 “나는 1990년대 세르비아에서 전쟁을 겪으며 자랐다”며 “수출, 수입 금지 조처가 내려진 어려운 시기여서 우리는 빵과 우유, 물 등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고 회상했다.

유고슬라비아 시절인 1987년에 태어난 그는 “그런 일들이 나를 더 배고프게 만들었고 성공하기 위해 더 강해져야 한다고 느끼게 했다”며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노력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팀이 한창 기세를 올리던 2, 3세트만 해도 패배를 피할 길이 없어 보였던 조코비치는 “내가 필요할 때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여러 도전을 이겨낼 수 있는 것에는 그런 배경이 있는 것 같다”고 스스로 풀이했다.

워낙 4, 5세트 반격이 극적이었던 탓에 일부에서는 2, 3세트에 일부러 팀의 힘을 빼놓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하지만 조코비치는 “3세트 도중 트레이너로부터 ‘탈수 증세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는 정말 상태가 안 좋았다”며 “거의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일단 정신적으로 버텨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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