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위협하는 바이러스공포
생명·안전 위한 가치, 인류로 확장
불편 참고 위험요소 스스로 줄여야

▲ 김상곤 전 울산시감사관

지구 위의 모든 인간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역사상 경험해 보지 못한 높은 수준의 인류 공동체 의식이 지구 위에 확산되고 있다. 그것도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 우한이라는 약간은 생소한 곳에서 일어난 일들이 우리나라 충북 진천 주민들을 땅바닥에 드러누울 정도로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으로 날아갈 수 있는 공항이 가장 위험한 곳이 되어 버렸다. 가장 고립되고 폐쇄된 지역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아이러니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조금씩 알아차리고 있다. 공항을 막고 도로를 차단하는 것 보다는 더 근원적인 해결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또 한 지역 한 나라의 노력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전 지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역을 봉쇄하고 사람들을 격리하는 물리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책임과 윤리를 실천하는 개인의 자세도 이에 못지않게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웃과 인류를 위해서 자기의 조그만 불편을 감수하고 타인에게 위험이 될 수도 있는 활동을 자제할 줄 아는 인간 공동체의 윤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의 환경과 인간의 윤리는 우리에게 인류 공존을 위한 협력과 노력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었다. 선진국의 넘쳐나는 부를 이용해 후진국의 기아를 해결하지도 못했고 온난화 같은 심각한 지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와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도 지지부진하다. 이러한 인간의 무관심과 개인적인 탐욕이 결국 동물 속에 잠자고 있던 악마를 불러온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이 이 바이러스를 악마라고 규정하는 것을 보면 악마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악마를 불러온 것 같다. 인간에게 불려나온 이 악마는 언젠가 물러날 것이다. 그 이후에 우리는 이 경험을 어떻게 승화하고 보존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악마를 물리치는 것과 더불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라고 이라고 주장한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

인간은 누구나 개인의 안전과 건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판단한다. 그래서 어떤 가치를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것을 침해하는 것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배격하고 거부한다.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도 우리가 추구하는 불가침의 가치다. 지금 우리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가치와 활동의 자유에 대한 가치가 충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과 방심이 주변뿐만 아니라 이름도 모르는 외국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매일 체험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나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같은 공간 속에 있는 사람의 기침 소리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몸을 사려야 하는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신체의 안전이 자기가 접촉하는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침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주위에 대한 공포가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타인을 모두 잠재적인 위험으로 간주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가해자나 잠재적인 피해자라는 막연한 공포보다는 개인 모두가 세계시민으로서의 윤리의식을 되새기고 실천하는 것이 개인이나 공동체를 위해서도 더욱 현명한 행동임이 분명하다. 인류는 지금까지 어려움을 통하여 새로운 지혜와 가치관을 만들어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도 우리에게 좀 더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는 운명 공동체라는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김상곤 전 울산시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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