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발연 2019‘울산학’보고서 - (5)푸르고 푸른 고향, 울산 잘피밭

▲ 바다 속 잘피

공업도시 변모과정서 해안가 오염
울산앞바다 잘피밭도 자취 감춰
물고기 산란장·바다 속 필터 등
생태계 긍정적 역할하던 잘피밭
울산선 절멸시점 조사조차 안돼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잘피밭>은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의 2019 자체과제 일환으로 나왔다.

잘피는 몰, 몰캥이, 진절, 진저리로도 불린다. 반세기 전까지만해도 울산 연안은 잘피때문에 노 젓는 일이 힘들 정도였다. 잘피는 어렵던 시절 보리밥 지을 때 촘촘히 썰어 함께 쪄 먹었다. 모자반이나 톳나물을 섞어 먹는 것과 비슷했다. 지금으로 치면 웰빙식이다. 해안촌 아이들에겐 군것질거리이기도 했다. 뿌리째 끊어 씹어 먹었다. 달착한 맛이났다. 단으로 묶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바닷가에 밀려나온 잘피를 모아 거름으로도 썼다. 그만큼 처리하기 진절머리나게 많아 진저리로 불렸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많던 잘피는 작은 어촌 울산이 공업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순간에 사라졌다. 억만 포기 잘피가 대절멸할 때는 모두가 이에 무심했다. 언론도 시민사회도 말이 없었다.불과 40여년 전 일이다.

이번 연구과제는 잘피에 대한 추억담을 풀어놓는데 그치지 않는다. 잘피가 사라지면서 울산해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로 인해 태화강 하구와 울산 앞바다에서 어떤 기능이 사라졌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보호생물은 80종이다. 해마, 산호, 귀신고래 등이다. 그런데 잘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잘피를 훼손하면 최고 징역 3년에 벌금 3000만원을 물게된다. 2007년 해양환경관리법을 거쳐 2019년 해양생태계법이 시행되면서 획득한 지위다. 해양수산부는 매년 5월10일, 바다식목일 주요 행사로 잘피를 개펄에 심는다.

바다를 낀 전세계 대부분 나라가 우리처럼 잘피 보전에 애쓴다. ‘해저목장’ ‘바다침대’ 등의 애칭을 붙여가며 애호심을 보인다. 한편에서는 ‘UN 잘피의 날’을 선정하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잘피가 이렇게 소중하게 된 까닭은 이 해초가 인간 삶과 직결돼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됐기 때문이다. 잘피밭의 기능은 첫째, 물고기의 산란과 보육장이다. 둘째,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수중 탱크 역할이다. 셋째, 육지에서 흘러든 부영양물질을 거르는 필터역할이다. 넷째, 파도에 해저토양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이토록 유용했던 해양식물이 한때는 울산 태화강과 외황강 하구 물 속에 넓고 넓은 벌판을 이룬 적이 있다. 그러다 산업화 초기 어느 시점이라고 특정할 수 없는 시기에 대절멸했다. 그에 대한 기록도 없고, 조사된 바도 거의 없다.

과제를 진행한 김한태 울발연 울산학연구센터 전문위원은 “몇년전 해양수산부가 전국 102개 어촌의 잘피숲 정밀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왜 울산은 제외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울산연안을 육안 및 수중드론으로 살펴보니, 동구 일산항, 방이진항, 상진항을 비롯해 북구와 울주 연안에서 크지는 않지만 잘피가 잔존하는 구역이 여러 곳 확인됐다는 것이다.

김 전문위원은 “지난 반세기 울산은 136㎞에 이르는 도시 해안선 중 절반을 국가공단조성사업에 내줬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서였다. 이젠 중앙정부의 보상이 있어야 마땅하다. 잘피서식지 정밀조사와 함께 복원을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는 말로 과제를 마무리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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