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음악을 논하다보면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으로 분류하여 말하게 된다. 한국음악은 조선, 고려, 삼국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현재까지 연주하고 있는 우리 고유의 음악을 말한다. 서양음악이란 쉽게 말해 오선지에 작곡을 하고 그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이다. 특히 서양음악이라 하면 음악의 발상지인 서유럽 음악을 서양음악이라 칭한다.

서양음악은 바로크 시대부터 오선지로 확정하여 이제까지 전 세계 사람들이 쓰고 있다. 한국음악은 본래 세종대왕 때 만든 정간보를 사용하여 작곡도 하고 연주도 해왔다. 그래서 정간보에 있는 음악을 서양사람들이 들으면 당연히 한국의 정취와 한국음악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오선지를 사용하여 서양음악 작곡이론을 배워서 작곡한 곡을 서양사람들이 들으면 서양음악과 똑같아서 한국의 음악이라 하지 않는다. 음악에서, 특히 작곡에서 한국적 특색을 갖춰야만 외국사람들이 듣고 서양음악과는 다른 한국음악임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한국가곡을 가사 없이 기악으로 들려주면 외국인들은 자기들에게 익숙한 서양음악과 똑같이 느끼며 한국인이 작곡한 특성이나 한국적 독특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세계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입상한 한국의 음악가들이 한국음악을 연주해야 할 때는 기악곡이든 성악곡이든 선곡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서양음악을 공부한 한국작곡가가 서양음악기법으로 서양텍스트를 사용하여 작곡을 해서 많은 외국인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들에게 찬사를 받은 일이 있다. 그 곡이 너무 좋으니 그 곡을 주면 자기들도 연주하고 싶다면서 곡을 받아갔다. 그 때 그 곡을 지휘한 필자로서도 참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 곡은 한국사람이 쓴 자랑스러운 서양음악이지 한국곡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량화된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와 외국의 오페라 아리아를 감동적으로 불러 세계적인 연주가가 되어 활약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한국의 음악가들이 이 곡이 바로 한국의 음악이라며 세계에 내놓고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많이 작곡되기를 희망해 본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추천음악 =룩스아테나(Lux Aeterna), 전경숙 작곡, 연주 국립합창단, 지휘 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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