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국제디지털아트비엔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5일 시청에서 열린 ‘울산국제디지털아트 비엔날레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에 따르면 오는 2021년 시범 개최된다. 2년마다 열리는 미술행사를 말하는 비엔날레가 전국적으로 유행이다. 영남권에서는 부산과 대구, 창원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어느 비엔날레도 크게 성공적이라고 할 만하지 않다는 점에서 울산이 뒤늦게 그 대열이 끼어든 것이 바람직한지, 게다가 울산에 아무런 인프라도 없는 디지털아트로 국제행사를 연다는 것이 효율성이 있는지, 보다 심도 있는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울산의 문화적 지평을 확대하고 관광자원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행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울산시립미술관의 개관을 앞두고 대규모 미술행사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도 바람직하다. 광역시 중에 시립미술관 없는 도시가 없을 만큼 뒤늦게 개관한 시립미술관이지만 디지털아트라는 나름의 특화를 통해 ‘미술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울산에서 처음으로 설립되는 공립미술관이다. 그 때문에 미술관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숙명을 갖고 있다. 디지털아트는 컴퓨터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예술형식으로 컴퓨터 아트, 디지털 변형사진, 웹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가상현실 등이 이에 속한다. 첨단미술 분야로 미술품 구입이나 보존에도 비용과 애로가 큰 분야다. 게다가 울산에는 디지털아트의 인프라가 거의 없다. 인프라가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지 인력에 의한 외부 작품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도 있다.

디지털아트비엔날레도 마찬가지다. 2년에 한번씩 20억 안팎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이 나날이 발전하는 만큼 예산을 많이 들일수록 좋은 행사가 된다. 소규모 작품이라면 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수 있겠으나 관광산업으로 확대하려면 큰 규모의 작품이 필요한데 대규모의 작품제작은 대기업의 참여 없이는 어렵다. 특히 비엔날레가 태화강국가정원과 연계성을 가지려면 야외설치미술이 제격인데, 디지털아트로 감당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울산에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주력공장들이 몰려 있지만 컴퓨터 분야는 울산에 없다. 미술관이든 비엔날레든 엄청난 예산을 들여 디지털아트의 새로운 성지를 만들어보겠다는 다부진 각오가 아닌, 디지털을 활용한 작품 몇 점을 갖다놓는 것에 만족하려 하다간 예산만 낭비할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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