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했음에도 공소장 내용이 고스란히 언론에 공개됐다. 법무부가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한 결정이 명분 없을 뿐 아니라 언론을 통해 드러난 공소장 내용을 보면 지역사회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선거개입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공소장의 공개는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놓은 국민의 중요한 알권리 보장이다. 고위 공직자 등 유력인사가 연루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를 거쳐 예외없이 공개해오던 관행을 갑자기 중단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명분이 서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의 말대로 공소장 전문 공개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 보장과 인권침해 우려가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면 제도 손질과 여론 수렴 등 절차에 따라 원칙을 먼저 만들어 합리적으로 적용해나가야 한다. 청와대가 관련된 사건의 공소장 공개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결정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실상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다하더라도 공개재판주의에 의해 재판과정에서 공소사실이 낱낱이 공개되기 때문에 크게 실효성도 없다. 비공개에 따른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켜 정치적 논란만 확산시킬 우려도 크다.

비공개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송철호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섰고 송철호 시장도 김기현 전 시장의 측근비리에 대한 수사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과 논의했을 뿐 아니라 청와대 관계자에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의 지연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검찰의 공소장이다. 송시장은 검찰 기소 직후 “수사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또 청와대가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상황을 지방선거 전 18회, 선거 후 3회 보고받았다고 결론 내리고, 공소장에 관련 사실을 적시했다. 무엇이 옳은지 섣부른 판단을 할 이유는 없다. 법정에서의 치열한 다툼과 법원의 판단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선거에서 비롯된 하명수사 의혹이 자칫 울산지역 4·15총선 정국의 ‘블랙홀’이 되면서 정책선거를 향한 발걸음에 큰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 지 걱정이다. 공천을 앞두고 본선거 못지않게 치열한 물밑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사실상의 선거정국이다. 특히나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김기현 전 시장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지방선거를 총선에 끌어들여 진흙탕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도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차분하게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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