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위기에 성장둔화 울산경제
신종코로나 사태는 엎친데 덮친격
무역의존도 등 경제체질 개선 필요

▲ 김창식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중국발 성장둔화로 수년째 위기를 겪고 있는 울산경제가 이번에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려 또다시 중환자실 신세를 질 판이다. 조선, 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의 산업기반 약화로 인한 위축된 울산의 실물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독감을 앓는 울산경제가 성장의 기로에서 또한차례 시험대에 오른 격이다.

한국 ‘자동차산업 메카’로 불리는 울산의 현대자동차 공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4일부터 일부 휴업에 들어가 7일부터 일제히 셧다운 한다. 중국에서 공급받던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바닥나 내린 고육지책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 부과방안’ 위협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닥친 비자발적인 위기다.

현대차가 문을 닫으면 울산의 110만 시민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현대차가 임시 휴업에 들어가면 울산은 물론 자동차 관련 기업이 많은 경주까지 400여개에 달하는 1~2차 협력업체는 물론 수천개에 달하는 영세 3~5차업체까지 포함하면 메가톤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도미노식 휴업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태 장기화시는 국내 부품 공급망까지 흔들릴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세계의 제조공장이자 소비공장’인 중국은 미국과 함께 울산의 양대 교역국 중 하나다. 작년 울산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로 전년(15.7% ) 보다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울산 경제의 성장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무역국이다.

돌이켜 보면 울산의 산업·경제위기의 진앙지에는 늘 중국이 있었다. 2015년 중국경제 둔화(경착륙 우려), 2019년 미중 무역전쟁,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충격파가 울산 경제를 강타했다. 울산 수출은 2011년 지자체 사상 최로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900억달러대에서 700억달러대로 급락한 것도 2015년 중국경제 둔화 때문이었다. 당시 석유화학, 자동차 등의 수출이 충격을 받으면서 울산경제의 성장세가 꺾였다. 2013~2014년 당시 연 120억 달러대에 달하던 울산의 대중국 수출액은 2016년 80억달러대로 급락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울산발 기사에서 한국 수출업체가 중국 성장률 둔화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울산의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률 저하와 현대차의 영업이익 감소 등 중국발 우려가 깊어지는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울산은 오직 수출에 의해 죽고 사는 ‘수생수사(輸生輸死)’의 산업구조를 가진 도시다. 지역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즉 무역의존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다. 2018년 울산의 지역총생산액(GRDP) 은 75조6000억, 수출액은 703억달러(77조3300억원·평균환율 1100원 적용)이다. 울산의 무역의존도(GRDP) 대비 수출액)를 산출해 보니 102%나 됐다. 외국 경제 관계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울산경제가 외풍에 취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울산은 수출이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해까지 8년 연속 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성장엔진은 오랫동안 멈췄지만 변화는 거의 없다. 예나 지금이나 글로별 경제에 울고 웃는 ‘웃고픈’ 경제구조로 늘 위기를 안고 산다. 정치인·행정가·기업인들이 수없이 강조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변화와 혁신를 가하겠다’는 대 시민과의 약속은 어디에도 가시적 성과물을 찾기 어렵다. 성장동력은 오리무중이요 시계 제로의 울산이다.

특단의 고육지책을 모색해 제로성장의 저주를 풀어내야 한다. 대외경제 변수에 취약한 울산경제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지역기업들과 지자체,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선제대응, 미래 성장력 강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창식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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