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검찰 공소장 열람
김前시장 비리 수사 요청
산재모병원 공약화과정 등
검찰 공소장에 혐의 적시
지역사회 사실여부에 촉각
총선영향 정치권 셈법 분주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이 사건의 발단의 시작점이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공소장 내용의 사실 여부가 지역사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 미칠 영향에 정치권이 손익을 따지며 주목하고 있다.

9일 본보가 열람한 검찰 공소장에는 2017년 9월20일 울산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송 시장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과 만남에서 “김기현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청탁했다고 적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송 전 부시장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문모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통화에서 송 전 부시장은 “이전에 제보한 김기현 시장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해결방법이 없나”는 취지로 물었고, 문 전 행정관은 “김기현 관련 다른 것은 더 없느냐. 주변 인물들의 비리를 문서로 정리해 보내 달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전 행정관은 첩보 내용이 적힌 ‘진정서(울산시)’라는 파일을 송 전 부시장에게서 받은 후 경찰 수사 착수 시 우선적으로 진술을 끌어낼 수 있는 대상자의 성명이나 직함, 관련 고발사건의 진행 상황 등을 추가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첩보서를 만들었다. 문 전 행정관은 이 첩보서를 자신의 상급자인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순차 보고했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민정비서관실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작성된 첩보임을 알면서도 별도의 검증 절차나 확인 없이 첩보서를 경찰에 하달했다고 판단했다.

백 전 비서관은 또 첩보 내용을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네며 “경찰이 밍기적 거리는 것 같은데 엄정하게 수사받게 해달라”라며 집중적인 수사를 요청했다. 황 전 청장은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경찰들을 불러 “왜 죄가 안 되는 것이냐”며 따지며 수사관을 교체했다. 경찰은 수사상황을 총 21차례 청와대에 보고했다. 선거를 석달 앞둔 2018년 3월16일 경찰은 울산시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경찰의 수사 이후, 여론조사에서 김 전 시장에 21%p 뒤져있던 송철호 시장은 큰 차이로 당선됐다.

공소장에는 청와대가 송철호 시장의 공약 수립을 돕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공약 관련 정보를 예민한 시점에 공개한 점도 적시했다. 청와대가 김 전 시장의 공약인 ‘산재모(母)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선거 직전에 탈락시켜 김 전 시장을 선거에서 불리하게 만들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송 시장 측은 2017년 10월11일 서울 종로구에서 장환석 전 균형발전 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을 만나 산재모병원 예타 발표를 공공병원 공약을 수립할 때까지 늦춰 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송 시장 측에 공공병원 공약을 수립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던 장 전 행정관은 예타 발표 연기를 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 전 비서관은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의 지시를 받아 선거가 임박한 2018년 5월 예타 결과를 발표하라고 기재부에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 시장은 울산시장 후보 TV 토론 등에서 산재모병원 유치 실패를 거론하며 김 전 시장 측의 정책적 약점을 지적했다고 공소장에 나와 있다.

송 시장이 2017년 10월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 측근에게 “대통령과 친구고 하니까 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면 공기업 사장이나 차관 등 자리를 충분히 챙겨줄 수 있다”며 시장 불출마를 유도한 것으로 적시됐다. 불발되자,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이 나서, 오사카 총영사와 공기업 사장 등의 자리를 임 전 최고위원에게 제안하며 불출마를 회유했다.

공소장에는 송 시장의 공약 수립과 단독 출마, 본선 경쟁 등을 위해 청와대 균형발전·사회정책·정무수석·인사 비서관실이, 하명수사를 위해 민정수석·민정·반부패·국정기획상황실이 동원돼, 이번 사건에 총 8개의 청와대 비서관실이 움직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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