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울산 남구는 5개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수장의 부재로 부구청장이 구청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김진규 남구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9월27일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후로 4개월 넘게 권한대행체제로 구정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2심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4·15 총선에서 남구청장 재선거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따라 권한대행체제는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최소 올 연말까지는 이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와 지역사회 안팎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인사발령으로 김석겸 부구청장(남구청장 권한대행) 체제로 재편된 민선7기 남구 구정이 어떻게 흘러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임 이상찬 부구청장이 청장 권한대행을 맡아 무리없이 구정을 이끈데다 부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에 ‘깜짝’ 인사로 여겨졌다. 남구의회 한 의원도 “예상 밖”이라며 “이 전 부구청장이 2020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의회와도 협의하는 등 의욕적으로 새해 구정 구상을 해왔기에 인사이동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정년이 얼마남지 않았음에도 전격 발탁된 김 부구청장 인사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측근 보은 인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반면 위기 상황인 남구 구정을 무리없이 이끌 ‘적임자 배치’라는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남구 부구청장은 구청장의 업무를 대행하는 자리인 만큼 예우와 대우 등이 타 구·군의 부구청장·부군수와는 급이 다른 자리다. 김 부구청장은 지난해 1월 비(非)고시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행정지원국장으로 승진 발탁되는 등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과 함께 송철호 시장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릴 만큼 울산 관가에서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보은인사라고 보는 이유다.

반면 김 부구청장의 풍부한 행정경험과 능력이 현재 위기상황인 남구 구정에 적임자라는 시각도 있다. 김 부구청장은 박맹우 전 시장 시절부터 김기현 전 시장, 현 송 시장에 이르기까지 울산시에서 세정·도시디자인·산업진흥·교통정책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남구에서도 기획예산실장을 4년간 역임해 누구보다 남구 구정을 꿰뚫고 있다. 김 부구청장으로서는 ‘금의환향’인 셈이다.

김 부구청장이 부임해 청장 권한대행을 수행한 지 한 달 여가 지난 지금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의회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원만하며 경직됐던 공직사회 문화도 다소 유연하게 바뀌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선 구청장이 아닌 현직 공무원 출신 권한대행으로서의 한계는 분명할 수밖에 없다. 김진규 구청장이 공약사업으로 추진해오던 공업탑 스카이 시민광장 건립 등의 대형사업들을 김 부구청장이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김 부구청장은 정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 4·15 총선 및 기초의원 재선거 등 큰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남구청장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김 부구청장이 안정적으로 구정을 이끌어 인사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성공적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할지 시험대에 섰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