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선포되고 2년차에 접어들었다. 태화강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끌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두번째 국가정원이라는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었음에도 지난 4개월여 동안 태화강국가정원이 기대만큼 관광객을 불러들이지는 못했다. 독창적인 매력을 발굴하기는커녕 조잡한 정원조성으로 오히려 자연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감마저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7일 울산시에서 열린 태화강 국가정원 진흥계획 수립 용역 1차 추진보고회에서는 태화강 국가정원이 갖고 있는 약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하고 눈길을 끄는 대안도 제시됐다. 대표정원 부재, 삼호지구 접근성 부족, 시설 설치의 한계, 시민참여프로그램 부족 등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 용역에서 제시한 대안은 킬러가든(Killer Garden)과 스펀지 가든(Sponge Garden) 구축, 동굴피아·남산 연결을 통한 구역 확장, 식물원 건립 등이다. 나룻배 등 하천 프로그램, 대나무를 활용한 프로그램, 철새 등의 자원을 활용한 생태프로그램 개발, 시민들의 정원인식 개선, 울산관광의 거점로 등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도 빠뜨리지 않고 담았다. 일회성 이벤트보다 장기적 시설과 시스템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아쉬움도 없지 않다. 우선, 태화강 국가정원의 구역 확장이 남·북이 아니라 상·하류로 길게 보는 시각이 없다는 점이다. 십리대숲을 중심으로 남북의 공간 확장으로는 구역확장의 효과가 별로 없어 스쳐 지나가는 당일치기 관광에 국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관광객은 체류형이다. 관광객이 1박2일 이상 머무르게 하려면 삼호동(남)과 태화동(북) 뿐 아니라 상하류 서동 방향의 구역 확장이 필요하다. 적어도 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하천의 매력이 물씬한 선바위로부터 명촌 억새밭까지는 당연하고, 더 나아가 태화강 발원지부터 하류의 바다까지 태화강 백리를 고루 체험하게 해야 한다. 선사인류의 명확한 역사적 흔적인 반구대·천전리 바위그림, 우리나라 육지 해안 가운데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간절곶, 1000m급 산봉우리가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기암괴석과 솔숲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의 대왕암 등 오래 머무르는 관광객들에게 비로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공간들도 태화강 국가정원이라는 관광상품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할 때 비로소 ‘관광도시 울산’이 가능해진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지역주민이다. 태화강은 국가정원이기 이전에 울산시민들의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식수원이나 빨래터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씨름 등이 벌어지던 놀이터이자 데이트를 즐기던 낭만의 공간이라는 추억과 정서만큼은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자칫 관광객들에게 태화강을 몽땅 내주고 주민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이번 용역보고회가 1차인만큼 보다 구체화한 2차 계획안을 기대를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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