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경기부양 방안으로 인하
확산추이 확인후 결정 의견 갈려
한은 금통위 17일 기준금리 결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으로 한국 경제의 타격이 우려되면서 한국은행이 성장세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대응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신종코로나 사태가 조기 종결돼 2분기 중 경기가 급반등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은이 감염증 확산 추이와 경기 흐름을 좀 더 지켜본 뒤 판단하려 할 것이란 신중론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신종코로나의 경제 영향을 분석해 최근 보고서를 낸 국내외 금융사들은 감염증 확산이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수요 및 공급 충격은 향후 수개월 간 아시아 무역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라며 “특히 지역 내 공급체인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의 무역에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은 신종코로나 충격으로 한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전기 대비 -0.3%)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이 이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0.25%p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선제적 경기 부양 수단으로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JP모간 박석길 이코노미스트는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이미 확장적 수준인 예산을 상반기 조기 집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0.5%p에 불과했는데 올해 재정을 추가로 풀어 성장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효과도 제한적”이라며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나왔던 점이 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과열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만큼 한은이 감염병 확산 추이와 실물경기 흐름을 확인하고서 정책 변경을 검토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조기 종료되면 1분기 경기가 타격을 입더라도 2분기 중 이를 만회해 연간 성장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졌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는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다수 금통위원이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유지한 점을 근거로 “한은이 제시한 성장 전망 경로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금융안정을 강조하는 다수 위원의 금리 동결 견해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신종코로나 위세가 언제 꺾이느냐가 관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월 중 중국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에 이르고 이후 둔화하는 베스트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경기가 2분기부터 탄력적으로 회복돼 한국경제가 받게 될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며 “이 경우 금리는 동결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기본 시나리오는 중국 확진자 증가세가 3~4월까지 이어지는 경우”라며 “상반기까지의 경기 둔화를 지표로 확인한 뒤 추경과 함께 3분기경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달 17일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분기마다 내는 수정 경제 전망도 이날 함께 발표한다.

앞선 1월 금통위에선 금리가 연 1.25%로 동결됐지만, 위원 2명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4월 회의 뒤에는 ‘인하 소수파’를 포함한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종료되고, 새 위원으로 교체된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