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는 언니뒤를 따르렵니다.//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본격적인 졸업시즌이다. 그런데 예년에 없었던 ‘조용한 졸업식’이 치러지고 있다. 강당 대신 교실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만이 서로 졸업장을 건네주고 있다. 꽃다발도, 환호도, 떠들썩한 분위기도 없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요즘은 졸업식 노래가 다양해지고 프로그램도 기발해졌지만 필자가 어렸을 적인 1976년 졸업식 레퍼토리는 천편일률적이었다. 전교생이 강당에 모인 가운데 개식사, 국민의례, 학사보고, 졸업장 수여, 상장 수여, 교장선생님 말씀, 축사, 송사(재학생 대표), 답사(졸업생 대표), 졸업식 노래 제창, 교가 제창, 폐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졸업식장에는 부모들이 많이 참석했다. 평생 농사만 짓던 부모들은 이날 졸업식장에서 자식의 대견스러운 졸업식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 그 당시 부모들은 대부분이 국민(초등)학교 중퇴였다.

<졸업식 노래>는 1946년 문교부에서 공식 제정한 졸업가다. 윤석중이 작사하고 정순철이 작곡한 이 노래는 광복 후 첫 졸업식부터 적용돼 오늘날까지 애국가 이상으로 통용됐다. 1절은 재학생이, 2절은 졸업생이, 3절은 다함께 부르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졸업식이 처음 열린 날짜와 장소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대략 구한말 쯤으로 추정된다. 고종 32년(1895) 7월 소학교령이 공포되면서 소학교(초등학교)가 처음 생긴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졸업식 행사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이전으로 보인다.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사진 자료를 보면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학생들, 까만 두루마기를 입은 남학생들을 볼 수 있다.

졸업식 노래도 시류를 탄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던 졸업식이 음악 공연, 영상물 상영, 축제형 행사로 바뀌면서 졸업식 노래도 바뀌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등의 가사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나는 졸업장’을 아직도 장롱 깊숙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못먹고 못살던 시대,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언니 뒤를 따르려 했던 시대 정신이 아쉽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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