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 웨이브온(왼쪽)과 울산 북구 ○커피로스터스 외관. 이뎀건축사무소 제공

울산 북구 모커피숍 외형 등
기장의 ‘웨이브온’ 표절 논란
기장카페 업주·설계 사무소
건물철거·업종전환 요구 소송
표절 둔감한 건축계에 ‘경종’
사회적 인식전환 계기되어야

문학, 공연, 노래 등 울산문화예술계의 표절 논란이 수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건축 영역에서 또다시 대형 악재가 터졌다. 울산지역 최고의 핫플로 각광받는 바닷가 대형 카페 건물이 ‘디자인 표절’ 논란으로 저작권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울산시 북구 당사동 ○커피로스터스(2019년 준공)는 카페 방문객들 입소문과 SNS활동으로 단기간에 유명카페가 됐다. 새하얀 건물 외형이 지중해를 떠올리게 하는데다 실내의 넓은 창문을 통해 바다풍경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커피로스터스가 부산 기장의 웨이브온(2016년 준공)의 외형 및 실내인테리어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웨이브온은 ‘세계건축상’(2017)과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2018)을 받은 작품이다.

▲ 웨이브온(왼쪽)과 ○커피로스터스 내부공간. 이뎀건축사무소 제공

수차례 ○커피로스터스를 다녀왔다는 방문객은 “그 곳은 원래 이름보다 ‘울산 웨이브온’이라는 별칭으로 더 통했다. 그만큼 두 공간이 비슷했다. 이유가 궁금하긴했지만 건축사가 같거나, 카페 운영자가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공간에 대한 막연한 의문은 지난 연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부산 기장의 웨이브온을 설계한 이뎀건축사무소(대표이사 곽희수) 등이 ○커피로스터스를 지은 건축사무소와 건축주를 상대로 ‘건물철거’와 ‘업종전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서부지원에 낸 것이다. ○커피로스터스 건물이 그보다 2년여 앞서 준공 된 웨이브온의 건축저작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곽희수 건축가는 “건축계에는 사실 이런 일이 빈번했다. 제대로 대응하지않던 관행이 이번 사태를 만든 것이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건축 디자인 저작권이 건축주는 물론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예견했을 건축사에 의해 너무나 소홀히 다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표절 및 저작권에 대한 대중 전반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표절 불감증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소송이 선례로 남아 그 시금석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 건이 알려지면서 울산지역 건축가들 사이에서도 ‘건축 디자인 표절’이 화두가 되고 있다. 7일 열린 울산건축가협회 정기총회에서는 이번 건에 대해 ‘건축 표절 시비에 새 이정표 세워질 소송’이라며 울산 뿐 아니라 전국 건축계의 자정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인수(울산도시공사 사장) 울산건축가협회 전 회장은 “건축디자인 표절은 오래된 문제다. 아직도 이 사안을 무심하게 대하는 건축가와 건축주가 적지않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번 소송 과정 자체가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는데 도움되면 좋겠다 울산은 물론 한국 건축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커피로스터스는 정상영업 중이다. ○커피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는 지켜봐 달라. 원만한 해결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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