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등 건강취약계층 증가세
주치의·지역통합돌봄시스템 등
예방·케어시스템 신속 도입해야

▲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수많은 사람이 일정기간 쉽게 사망하는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전염병이다. 중세유럽인구의 삼분의 일 이상을 사망하게 한 페스트가 그 예이다. 역학(疫學)의 관점에서 전염병은 일부지역에서 퍼지는 유행병(epidemic)과 여러 대륙에 광범위하게 퍼지는 범유행(Pandemic)으로 나뉜다.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는 범유행 단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20세기 이후 장거리 왕래가 용이해지면서 범유행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염병은 어디서 오는가? 신종코로나는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페스트,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은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옮겨온 인자(因子)로 발병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현대인은 동물로부터 오는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이 없는 상태이므로 치명적인 전염병이 되고 있다.

20세기 들어 유행한 전염병 중 스페인독감이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언론 통제를 안했던 스페인에서 먼저 보도되는 바람에 오명이 된 것으로 1918년부터 2년 넘게 전세계에서 2500만~1억명 정도를 사망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으로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도 56세인 1918년 2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베버도 1920년 6월 사망했다. 우리나라도 14만 명이 사망해 무오년 역병으로 기록되어 있다. 2000년대에 겨우 원인이 H4N1G형 인플루엔자로 확인되었다. 신종코로나에 대한 규명도 쉽지 않다.

WHO는 이것을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소아마비와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2019년 에볼라에 이어 여섯 번째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언했다. 불안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1년 개봉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전(contagion)>은 신종바이러스로 인한 현실을 예견이라도 한 듯 ‘아무 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라는 대사로 전염병의 공포를 전한다. 프리랜서 기자인 크럼위드는 공기관에 대한 병적인 불신으로 자신의 블로그에서 ‘사망자 숫자와 치료법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계속 주장한다. 확실한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공포 상황은 확대된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내 어떤 언론은 ‘방역 참사’라는 제목으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아직 국내 사망자 한 명도 없는데 참사라는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오히려 언론에 대한 불신감을 높일 뿐이다. 언론뿐 아니라 신종코로나 전염의 문제는 보건의료 분야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선거를 맞아 자격 없는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악용하려고 하는가 하면, 자동차 제조회사는 부품 부족으로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었다.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며 소비를 하지 않고 문화예술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건강과 보건의료의 문제는 자본의 이윤추구라는 아덴데의 주장이 지극히 맞는 상황이다. 전염병으로 인한 보건의료문제로 국가 전체가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러니 모두가 보건의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국가는 혁신적인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국에서의 희생자 외에도 홍콩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로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고인은 당뇨병을 기저로 가졌다. 전염병 유행 시 만성질환자는 치명적인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사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도 폐, 심장,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가졌거나 고령자였다. 학술지 란셋의 보고에 따르면 2020년 1월2일까지 입원한 중국 우한의 감염 환자 41명 중 20%가 당뇨병 환자로 가장 많았다. 만성질환자와 고령자 증가로 건강취약계층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전염병에 쉽게 노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관리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는 예방관리와 케어시스템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

WHO가 제안하는 예방과 케어를 위한 지역중심의 1차 의료 역할 강화와 포괄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치의 제도’를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치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민관협동 지역통합돌봄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을 있고 전염병 확산을 최소화하여 범유행이 되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예방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다. 궁극적으로 전 국민의 건강권을 강화하고 국가경제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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