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유물·유적들 알기쉽게 설명
고대 암각화·고분벽화 살펴보고
동서양 신화·미술·종교 넘나들며
고대 한국인의 생각과 신앙 해석

 

고대인들이 자신의 삶터와 죽음터에 그림을 남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대인이 고대의 사상과 종교를 공부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호태(사진) 울산대 교수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그림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이 있는 울산에서 30년 가까이 한국의 암각화와 고대 고분벽화를 연구해 온 학자다. 최근 연구만큼 저술활동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저자가 6개월 만에 또다시 새책을 펴냈다.

제목은 <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창비). 중요한 유물, 유적, 개념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동서양 신화와 미술, 종교를 넘나들며 우리의 고대사상을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수만년 동안 축적된 고대 한국인의 생각과 신앙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담아낸다. 주제의 깊이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책 내용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눈높이로 동일한 유물을 대하며 오손도손 대화하는 형식으로 채워진다. 현실감있게 읽히는 일종의 역사기행 길잡이다.

저자는 전공분야인 암각화와 고분벽화를 통해 더 깊은 이해를 돕는다.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서 시작된 벽화미술 흐름은 신석기~청동기시대 암각화로 이어진다. 벽화는 역사시대로 넘어가면서 무덤 안으로 자리가 옮겨졌고, 그 시대 사람들의 내세관을 형성한 불교, 도교, 신선신앙 등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형태로 곳곳에 남게 된다.

▲ 전호태(사진) 울산대 교수

옛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저자가 깨달은 점은 수천년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그들의 고민이 지금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선사시대나 지금이나 논리적 전개 과정이 더 복잡해진 것 말고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 우주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질적으로 얼마나 크게 달라졌는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고대의 생각들이 이렇듯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살아남는 것 이상을 생각할 여유가 많지 않던 고대부터 인간 삶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온 것은, 그러한 행위가 실은 생존과 긴밀히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고대의 사상을 살펴보는 일은 곧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책을 읽다보면 멀게 느껴졌던 고대의 생각들은 제목에서 미리 언급된 것처럼 이미 우리에게 도착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분벽화와 암각화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전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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