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논란에 혼돈 휩싸인 울산시정
직무수행에 더이상의 시행착오는 안돼
울산발전 대명제 위해 쓴소리도 들어야

▲ 신형욱 사회부장

최근 공개된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공소장 내용은 충격적이다. 공소장에 의하면 송철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민정·정무수석실 등 비서실 직제 조직 8곳이 움직인 것으로 돼있다. 공소장 곳곳에 당시 청와대 현직 비서관 등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이 송 시장 당선과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의 낙마를 위해 움직인 정황이 나와 있다.

대표적인 진보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가 “공소장 내용은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사유이고 형사처벌 사안”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공소장대로라면 심각한 법치주의 훼손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범죄라는 시각이다.

울산시민의 표심이 권력에 의해 왜곡됐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착잡함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송 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이번 사태의 시작점이었다는 내용은 시민의 자존심에 치유될 수 없는 생채기를 냈다. 송 전 부시장이 김 전 시장의 비리 의혹 관련 자료를 2018년 지방선거 9~10개월 전에 청와대 비서관에 전달했고, 송 시장은 2017년 9월, 황 전 청장이 부임 이후 처음 만난 식사 자리에서 관련 자료를 건네며 수사 청탁을 했다고 돼있다. 부탁을 받은 황 전 청장은 수사가 더디다는 이유로, 일부 수사인력을 좌천성 인사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은 수사관을 그 자리에 앉혔다. 사실이라면 사전 부정선거를 기획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울산시청 공무원들까지 연루됐다니 안타깝다. 이들은 이전 모셨던 송 전 부시장의 개인적 부탁인 줄 알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알았거나 알 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들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다르지 않다.

검찰 공소장 내용 중 상당 부분은 당시 ‘카더라 또는 정말일까?’ 수준으로 지역에서 회자됐다.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겠지만 팩트 만으로도 의심을 살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어느 정권이나 알게 모르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는 있어왔지만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을 보면 노골적이다.

울산시민, 울산 공무원들이 입은 상처가 너무 깊어 공소장이 틀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부정선거 논란은 민선 7기가 꼬리표처럼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 최악의 민선 울산시정으로 남을 수도 있다. 지금부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명예회복은 재판정의 판단 이후에도 충분할 듯하다. 직무수행지지도 만년 꼴찌의 성적표를 그대로 가져가서는 안된다. 근대화 이후 울산의 역대급 위기 속 출범한 민선 7기 울산시정이 지금까지 적지 않은 한계를 보였다는 시각이 많다. 거기엔 자기편 챙기기식 코드·보은 인사, 일방통행적 소통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안에서 볼 수 있는 하늘 밖에 볼 수 없다. 울산의 발전이라는 큰 명제는 공유한다 하더라도 우물 속에선 제대로 된 방향 찾기가 쉽지 않다.

혼돈의 위기 속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 일각에서 언론을 상대로 시정에 비판적이냐, 우호적이냐는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는 것.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비판적 매체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소리가 들린다는 것 자체가 슬프다. 민선 7기의 실패는 울산이 4년을 허송한다는 의미다. 울산시민으로선 불행이 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된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고 울산의 발전이란 큰 그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려면 쓴 소리도 들으려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과정의 공정성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민심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선 7기다.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새 출발을 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얘기하는, 성공한 민선 7기가 정말 돼야 한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