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등 대비 배수펌프장 건립

주민 설명 없이 아파트 앞 공사

이전 안하면 집회 등 실력행사

LH “배관 이설 마쳐 이전 불가”

▲ 12일 방문한 울산 북구 송정택지개발지구 내에 위치한 배수펌프장 건설 현장. LH가 침수방지를 위해서라며 배수펌프장을 건설하고 있으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주민동의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울산 북구 송정택지개발지구 내 배수펌프장 건설을 두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바로 옆에 배수펌프장이 건설되는데도 사전 설명조차 없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LH는 이미 배관 이설이 끝난 상태라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12일 방문한 북구 송정택지개발지구. 한 대단지 아파트 입구에서 채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커다란 공사장 가림막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내 표지판 조차 붙어있지 않은 이곳은 LH공사의 배수펌프장 건립 공사장이었다.

LH가 배수펌프장 건립에 나선 건 지난 2018년 11월이다. 당시 울산시 소하천심의위원회는 송정지구 일원이 화봉천, 화동천 등이 흘러 명촌천으로 연결되는 곳이어서 홍수나 침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저류시설이 필요하다는 조건으로 소하천 심의를 가결했다.

LH는 지난해 1월 개발 계획을 변경하고 올해 1월 공사 계약을 맺고 배수펌프장 건립에 착수했다.

뒤늦게 공사 사실을 알게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위치는 침수와 무관한 곳이며, 사전에 배수펌프장 건립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LH가 공사 편의 및 비용 절감을 위해 현 위치를 골랐다는 의문을 제기하며 배수펌프장을 이전하지 않을 경우 집회 등 필요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수펌프장 공사 현장 옆에 위치한 아파트 한 주민은 “여기서 무슨 공사를 하는지도 모르다가 최근에야 배수펌프장이란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 주민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아파트 입구 바로 옆에 배수펌프장을 짓는 건 무슨 경우냐”며 “얼마가 들더라도 배수펌프장을 다른 위치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진 LH 부산울산본부 소장은 “2018년 12월 당장 사업 준공이 예정돼 있어 가용 공간이 거의 없었다. 가용 공간 내에서 저감 효과가 있는 부지를 2곳 선정해 소하천심의위에 제출했다”며 “철로 인근 부지는 철로 이설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소하천심의위가 현재 부지를 배수펌프장 입지로 최종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북구청 홈페이지에는 이틀새 관련 민원글이 300여개 이상 쏟아지고 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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