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울산시가 국가산업단지 내 기업들에게 ‘사고대비물질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산단에서 취급하는 위험물질에 지방세를 매겨 울산시의 안정적인 재원조달을 꾀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울산시민들이 그 동안 유독한 화학물질에 노출돼 온 만큼 해당 기업도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업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세금징수에만 매달리지 말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충분한 여건을 조성하라고 반박하고 있다.

울산은 화학물질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도시로, 무려 1551종이 다뤄진다. 이 가운데 울산시가 과세하려는 ‘사고대비물질’은 사고 발생 위험성이 가장 큰 것들이다. 이를테면 황산, 벤젠, 불산 등 총 97종이 이에 포함된다. 취급장별로는 257개이며, 취급량은 연간 1989만t이다. 만일 이들 유해화학물질이 지역자원시설세 대상에 포함되면 연간 199억원의 지방세가 걷히게 된다. 울산시는 국가산단이 있는 전남도와 여수시, 충남 서산시 등 3개 지자체와 협력해 올해 상반기 본격적인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울산시의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논리는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 동안 울산시민은 울산·미포공단과 온산공단 등 거대한 2개의 국가산업단지로 둘러싸인 채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마시면서 살아왔다. 최근에는 공단이 갈수록 넓어지고 기업체들도 많아져 대형 폭발, 화재, 가스누출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지역자원시설세 법안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같은 사회적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단지인 울산의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안 그래도 국가경제가 어려운데 산업수도라고 할 수 있는 울산의 기업경기마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자원시설세를 거론하는 자체가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생각은 안하고 세금만 거두려 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자리 확보를 위한 기업유치에 앞장서야 할 지방정부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려 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분법적인 대립 보다는 차분하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사고대비물질 지역자원시설세’가 당위성이 있는 만큼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기업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막무가내로 기업에 부담을 주어서도 안되지만 울산시민들에게 언제까지나 일방적으로 희생만 요구해서도 안되겠기에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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