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이 문화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해 울산시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울주군의 재차 설립요청에 따라 18일 열린 울산시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9월 출범 예정인 울주문화재단은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사람 중심의 문화도시’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 및 문화 산업화 △주민 체감형 문화 사업 추진 △예술인과 지역 연계 협력 사업 추진 △문화재단 정체성 정립 등을 전략으로 삼는다고 한다. 문화정책센터와 문예진흥팀, 문화시설운영팀, 경영지원팀으로 나눠 16명으로 인력을 구성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문화재단 설립이 전국적으로 확대 추세다.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각 도시마다 문화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과 개성을 찾고 도시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문화재단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문화적 경쟁력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올바른 방향성을 정립하고 목표를 설정한 다음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문화적 역량을 끌어올리기보다 지자체의 문화관광국이 담당하던 각종 문화 관련 사업들을 떠안는 형태로 운영되기 십상이다. 특히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재단 대표가 덩달아 바뀌는가 하면 단체장의 공약사업 실행기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12월에 문을 연 울산문화재단도 이같은 모양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울주군은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는데다 도농통합형의 독창적인 도시구조와 탁월한 역사·자연 유산을 갖추고 있다. 이는 문화재단이 제 역할만 다한다면 전국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도시로 급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으로, 울주문화재단에 남다른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방향성 정립과 인적 구성이다. 우선 예술인 지원과 축제 진행 중심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모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적 활동에 참여하도록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다양한 계층에 맞는 지역별 연령별 맞춤형 프로젝트를 개발, 보급해서 주민들의 자존감을 높이면 도농통합형도시 특유의 세련된 공동체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또 자연과 역사 유산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관광산업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 문화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 기능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같은 일을 하자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적 구성이다. 사람이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특히 문화 분야는 사람이 전부다. 좋은 조건을 갖춘 다음 인재영입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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