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가 시작되는 이즈음의 말레이는
꽃들이 앞다퉈 피고 나무도 물 올라
한국도 질병없는 활기찬 새 봄 맞길

▲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기온의 차이에 의하여 계절이 구분되는 온대 지역은, 늘 여름 날씨여서 상하(常夏)의 나라라고 부르는 열대 지역과는 자연의 다른 점이 많지만 그 중 많이 다른 것이 식물들 중에서도 나무이다. 몇 종류 안 되는 사철나무를 제외한 온대 지방의 나무들은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또 봄이 되면 새싹이 돋아나는, 흡사 윤회와 같은 삶을 반복하지만 열대 지방의 나무들은 한마디로 모두가 사철나무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사철나무도 푸른 잎이 지고 새잎이 나듯이 열대지방의 나무들이 그렇다.

이 곳이 온대지방과 다른 점은 계절이 없는 대신에 기후가 건기와 우기로 나누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들처럼 건기에는 아예 비가 내리지 않는 곳도 있지만, 건기더라도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동남아 지역이 그러하다. 말레이시아는 우기에는 대체로 하루에 한번 이상 소나기가 내리지만, 건기에는 하루에 한번 이하로 내린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비가 잦은 우기의 기온이 1~3℃ 정도가 낮다. 관찰해 보니 우기는 이곳의 식물들에게는 가을과 겨울에 해당 되는 것 같다. 낙엽이 지는 나무도 있고 아무래도 꽃들의 개화가 적다. 우기는 대체로 11월경부터 시작되어 음력설이 지나면 끝이 난다. 예전에는 10월부터 3월까지가 우기, 4월부터 9월까지가 건기로 각각 6개월씩 나누어졌다고 하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그 기간에도 변화를 일으킨 듯하다고 한다. 하나 뿐인 지구 정말 잘 보존하자는 캠페인에 절대 공감한다.

음력설이 지나면 곧 입춘이 오고 이곳에서도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면 온도가 상승하고 일조량도 많아져서 그런지 여러 종류의 나무에서 아름다운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에서 꽃이 피는 대표적인 것은 동백, 목련, 개나리, 아카시아, 벚나무, 장미 등과 또한 유실수인 매화, 산수유, 복숭아, 자두, 살구, 사과, 배, 밤, 감, 포도 등이 있다. 키 큰 나무에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은 아름답기가 그지없이 좋다. 특히 봄에 나무에 피는 꽃은 잎이 나기도 전에 꽃망울을 터트려 꽃시새움 추위에도 꽃구경을 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그래서 봄꽃놀이는 이제 일상처럼 되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에서는 일 년 내내 자연이 주는 선물인 꽃을 볼 수가 있다. 필자는 꽃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 이곳의 나무와 꽃 이름을 알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료의 부족과 이곳 지인들은 꽃과 나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원하는 정보를 많이 얻지 못했다. 그러나 열대 지방인 만큼 일 년 내내 피는 꽃들이 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아름다운 덩굴관목에 여러 색깔의 꽃을 피우는 부겐빌레아, 보라색의 페추니아, 수국과 비슷해 보이는 익소라, 노란 색깔과 모양이 아름다운 알라만다 등은 연중 볼 수 있다.

건기가 시작되는 이곳도 한국의 봄처럼 여러 나무에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있지만 무지로 꽃 이름을 많이 소개 못하는 답답함은 어쩌랴. 이곳 사람들이 말레이시아의 벚꽃이라 부르지만 태국의 국화인 라차프록, 이 나무는 골든샤워트리 또는 황금카시아라고도 불리는데 한참 꽃이 피고 있다. 나무 전체가 황금색 작은 꽃으로 덮여 있다. 낙화가 시작되면 마치 황금비가 내리는 것 같다. 꽃도 아름답지만 향기도 좋아 향수로도 개발되어 있는 프랜지파니와 플루메리아가 예쁜 자태를 뽐내며 활짝 피고 있다. 반면 지금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비상이 걸려 있다. 여러 방법으로 확산을 차단하려하고 있으나 잘 진정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백신과 치료약이 빨리 개발이 되고, 피해를 줄이고 또 새봄의 시작과 함께 질병이 없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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