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온산항 일대 퇴적물에 중금속이 얼마나 많이 축적돼 있는지 조사하는 ‘울산연안 특별관리해역 오염총량관리’ 용역이 시작된다. 해양수산부는 이 용역 결과를 활용해 앞으로 울산연안의 해저 퇴적물 중 중금속 성분을 어떻게 얼마나 걷어낼지를 판단하게 된다. 한편 울산시는 해양수산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온산항 일대의 중금속 농도를 일정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울산연안의 해저 퇴적물 중금속 문제는 1980년부터 중요한 이슈가 돼 왔다. 그 당시 온산 일대는 대부분 촌락과 들판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면서 온산항 일대는 마을과 공장이 함께 뒤섞인 변칙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특히 동제련 관련 업체와 아연 관련 업체가 바로 이웃에 들어서면서 마을은 죽음의 현장으로 변했다.

연안오염 총량관리제는 일정한 해역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허용 부하량을 산정해 관리하는 제도다. ‘해양환경 보전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해양환경기준을 유지하기 곤란하거나 해양환경과 생태계 보전에 장애가 있는 해역에 대해 해양환경의 보전·관리를 위해 해양수산부는 관할 시·도와 협의해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전국에서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된 곳은 울산연안, 부산연안, 마산만, 광양만, 시화호 등 5곳이다. 그 중에서 울산은 중금속 특별관리해역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오염총량관리제에 들어갔다. 2022년까지 온산항 일대 해저 퇴적물의 중금속 농도를, 구리 73.1㎎/㎏(현재 84.94㎎/㎏), 아연 188㎎/㎏(현재 227.7㎎/㎏), 수은 0.67㎎/㎏(현재 0.73㎎/㎏)으로 각각 낮춰야 한다.

온산항 일대는 지난 1980년대에 비하면 많이 맑아졌다. 부두시설이나 하역시스템도 현대식으로 크게 바뀌었다. 그리고 공장 사이 사이에 있던 마을들도 모두 이주했다. 그러나 아직도 온산항 밑바닥의 퇴적물이 중금속으로 뒤범벅된 채 가라앉아 있다는 것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태화강이 우리나라 최고의 강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 와중에 앞바다는 오히려 최악의 중금속 바다로 오명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온산항의 중금속은 기업체들의 책임이 크다. 중금속은 하역과 운송, 제조 공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빗물에 씻겨 바다로 들어온 뒤 퇴적된 것이다. 울산시와 업체는 이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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