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주환 성균관 부관장.

‘정자문화’ 재현 전도사로
태화강 일원 정자 조성 역설
향토기업 일궈온 경험으로
한옥축조에 첨단기술 활용
3D 프린팅으로 정자 설계
빠르고 정확한 축조법 고안

엄주환 성균관 부관장이 한옥 ‘정자’ 전도사로 나섰다.

엄주환 부관장은 울산 구강서원 이사장을 지내며 춘추기 향례를 봉행하는 등 옅어져가는 전통사상과 선비정신을 지켜온 울산지역 원로 유림이다. 조선충신 충의공 엄흥도의 17대 손이기도 한 엄 부관장은 울산을 충효의 도시로 만드는데 앞장서 왔다. 또 서울 성균관 부관장을 지내며 울산지역 유림을 대외에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유교문화 대중화에 앞장서 온 엄 부관장은 선조들이 자연 속에서 벗하며 학문과 정치를 논하던 정자를 현대사회에 다시금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마을이나 공원마다 혹은 둘레길 쉼터로써 정자를 만들면 우리 고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그에 따라 예의로써 세상을 대하는 선비교육이 절로 이뤄진다고 믿고 있다.

이에는 울산북구달천농공단지입주기업협의회장으로써 한평생 향토기업을 일궜던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선조들의 전통은 고수하되 첨단기술을 접목시킨 제작 기법으로 현재의 도시생활 속에서도 정자문화의 멋을 충분히 누리는 방안을 고심한 것이다.

▲ 정원, 마당, 전원주택 등에 두루 어울리는 농막형 정자.

엄 부관장은 “3D 프린팅 기술로 자동차와 선박건조에 꼭 필요한 주물을 만들어 왔다. 이 핵심 기술이 정자를 짓는데 활용될 수 있도록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 결과 현재는 자연친화적인 개방형 정자를 한치의 오차없이, 좀더 빠르고 정확하게 지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D로 설계 디자인을 한 뒤 MCT 고속정밀 가공기로 목재를 가공하고, 첨단 주조 공법으로 기와지붕 꼭지점과 처마끝을 장식하는 청동 절병통과 토수까지 일사천리 제작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엄 부관장은 연구실이 있는 (주)경남실업 한옥사업부 공장 마당에 직접 정자를 세운 뒤 오가는 이들에게 정자의 멋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못을 박지않는 짜맞춤 형식으로 기둥을 겹치고 받친 뒤, 사모정(혹은 육각정)의 지붕을 얹은 것이다. 이같은 한옥형 정자 뿐 아니라 정원, 마당, 전원주택 등에 두루 어울리는 농막형 정자까지 주변환경에 꼭맞는 맞춤식 정자도 만들고 있다.

엄 부관장은 “정자는 한국 전통 목재 건축의 역작이지만, 현대인에게도 얼마든지 힐링쉼터가 될 수 있다. 구곡문화 전성기에는 상류부터 하류까지 100리길 태화강에 구비마다 수십 곳의 정자가 자리했다. 특히 중국 금릉 황강루에 비할만하다고 한 이미정(二美亭·이휴정의 옛이름)을 지금의 태화강국가정원 일원에 다시금 재현하는 사업이 추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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