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근 현대청운중학교 교사 울산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창립준비위원장

지난해 12월에 일어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의 흉기를 사용한 친구 살해 사건은 참으로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에 따라서 또 한 번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년법’이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하여 그 환경의 조정과 품행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행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 조치를 행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한 법률’이 아닌가. 소년법은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들, 완전한 어른에 비해 아직은 인간적으로 덜 성숙한 우리 사회 청소년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 위한 인도적인 법률인데, 이러한 소년법을 폐지를 하자니 나에게 있어서는 살해 사건보다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이 주장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필자는 교사로서 회복적 생활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회복적 생활교육 전문가 양성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회복적 정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잘못된 행동이 발생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통해 고통을 부여하는 것으로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사회질서를 통제해야 한다는 정의가 응보적 정의라면, 회복적 정의는 잘못된 행동이 발생했을 때 그 영향과 피해를 입은 대상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 피해가 최대한 회복되도록 당사자의 자발적 책임과 피해자와 공동체의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정의가 회복적 정의이다. 즉 응보적 정의가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통해 가해(자)를 바로 잡는 것이라면, 회복적 정의는 자발적 책임을 통해 잘못이 일으킨 피해(자)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회복적 정의에 뿌리는 둔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 현장 최일선에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는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있고 열정이 있는 교사들의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회복적 학교를 이룰 수 있는데, 그 방법으로는 평화로운 학급 공동체 만들기, 교사 공동체 만들기, 서클을 통한 문제 해결, 마을 공동체와 함께 문제 해결, 학부모를 위한 연수 등이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회복적 정의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 위해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회복적 생활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복적 생활교육 속에서 평화의 마음을 가지고 성장한 학생들이 우리 사회 핵심적인 사회 구성원이 되었을 때 회복적 정의를 행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회복적 생활교육은 응보적 생활지도의 대체적인 개념이지 반대적인 개념이 아니기에, 응보적 생활지도의 정당성과 필요성, 효과성을 주장하는 교사와 회복적 생활교육을 주장하는 교사가 서로 대립하면 안 된다. 현실적으로 학교 교칙, 학교폭력법 등은 학교 현장에서 응보적 생활지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응보적 생활지도를 전면 부정하면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하자고 하면 안 되고, 응보적 생활지도 중 회복적 생활교육의 요소를 적재적소에 주입시켜나가야 한다. 경찰서와 학교의 다른 점이 무엇일까? 경찰서는 검거와 처벌을 하면 되지만 학교는 교육을 해야 하고 나아가 회복까지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서 회복적 생활교육이다.

2020년 3월1일, 울산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를 창립한다. 울산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는 회복적 정의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나침반이라는 마음으로 방향성으로서의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며, 지금 당장의 효과를 원하는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회복적 정의를 전파할 것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활성화되어 울산에서도 회복적 학교가 늘어난다면, 영국의 헐, 리즈, 리버풀처럼 우리 울산 또한 서서히 회복적 도시가 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노력의 시작을 우리 울산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가 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학생 한명 한명의 회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한명 한명의 회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주시길 요청한다. 이재근 현대청운중학교 교사 울산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창립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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