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법학교수 등
신종코로나 보도 통제 탓
국가적 재앙 야기 지적
시진핑 책임론까지 거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직접 묻는 중국 지식인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허웨이팡(賀衛方)은 지난 17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언론에 ‘친필 서한’을 보냈다.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친필로 작성했다는 이 서한의 제목은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언론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였다.

허 교수는 이 서한에서 지난해 12월1일 첫 환자 발생 후 지난달 20일 당국이 신종코로나 확산 실태를 공개하기까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 이유가 무엇인지 따지고 들었다. 특히 지난달 7일 중국 공산당 최고 회의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시 주석이 신종코로나 대응을 지시했다는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의 보도를 통렬하게 반박했다.

허 교수는 “충격적인 사실은 신화통신을 비롯해 어떠한 관영 매체도 시 주석의 지시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최고 지도자의 지시조차도 검열당해 ‘봉쇄’된 것 아니냐”고 조롱했다. 그는 “만약 우한이나 허베이성의 신문, TV 등이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었다면 책임 전가에 급급한 관료주의에 의존할 필요도 없었고, 인민이 이처럼 참혹한 지경에 놓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1월7일 상무위 회의는 홍콩 언론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명보는 당시 시 주석이 “예방 조치에 주의를 기울이되 이로 인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불러 다가오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러한 지시가 이후 후베이성과 우한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이후 후베이성은 대규모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개최했고, 우한시는 4만 명 이상의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먹는 초대형 춘제 행사인 ‘만가연’(萬家宴)을 열었다.

시 주석이 집권한 후 중국 당국은 언론과 학계, 지식인 사회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조여왔다. 하지만 이달 초 신종코로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의 죽음 이후 비분강개한 중국 지식인들은 이러한 압박에 굴하지 않고 과감하게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있는 화중사범대학의 탕이밍(唐翼明)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은 공개서한을 내고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 부재’라고 주장했다. 이 서한에서 학자들은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지식인 수백 명은 최근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표현의 자유 보장’ 등 5대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홍콩=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