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내 각 동별로 운영중인 주민자치센터가 원래의 주민자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무엇보다 설립취지와는 달리 문화강좌 운영 등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그동안 적지 않은 논란의 온상이 돼 왔다.

 주민자치센터는 98년 행정자치부가 기존의 읍·면·동사무소를 없애고, 주민등록등·초본이나 호적발급 등의 기존 업무 외에 행정정보를 제공하면서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자치조직으로 제시한 모델이다. 이에 따라 교통 통신의 발달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동사무소의 쇠퇴해진 기능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면서 민원 기능과 복지기능 중심으로 재편을 하게 됐다.

 주민센터는 이 과정에서 남게 된 여유시설을 문화·복지·자치 등의 공간으로 조성, 주민의 복리증진과 진정한 자치실현의 장으로 활용하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운영을 해 한때나마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주민과 함께 하는 생활의 중심이요, 열린 공간이어야 할 곳이 문화강좌 등만 집중적으로 수용하다 보니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지적이다.

 여기서 주민의 모임과 취미활동, 건강증진과 문화창조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주민자체센터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치센터간의 프로그램이 너무 제한적이고 중복적인데다 강사 또한 일부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따른 모든 의사결정과 집행을 주민자치 조직을 통해 정당하게 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새삼 강조하지만, 작금의 주민자체센터가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여가를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데는 그 누구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그동안의 운영방식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주민참여, 주민의견 수렴, 자문역할들을 통해 자치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향상시키고, 지역 발전의 구심체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그간의 프로그램도 지역의 특성과 계층별 나이별 등으로 보다 다양하게 개발돼 남녀노소 누구나 소외감을 받지 않는 쪽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동사무소의 기능을 전환하고, 남게 된 여유 공간이라고 해서 그것이 어느 한쪽으로 이용되는 일은 사회적 통념상 경계할 일이 분명하다. 주민자치의 상실된 기능을 한번쯤 확인·점검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 같아 간곡히 당부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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