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가 쌈지조경설계사무소장 울산조경협회 상임이사

예술, 건축과 마찬가지로 정원 스타일 또한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지금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정원 스타일은 ‘자연주의 정원’이다. 정원 선진국 유럽에서는 Natural garden, New wave movement, Wild garden 등으로 불리며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자연주의 정원으로는 매년 5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뉴욕시의 하이라인파크를 들 수 있다. 하이라인파크는 폐철로를 공원화하여 기존 도심과 연계, 도심 공공공간 창출 등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하이라인파크 현상공모 당시 주제 중 ‘Keep it Wild’를 재현하는데 있어 네덜란드의 정원디자이너 피에트 우돌프(Piet Oudolf)의 공이 컸다.

우돌프 정원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식물재료의 선정에 있어서 지역성을 고려하여 자생종을 우선시한다. 식물 밀도를 높여 여러 종을 혼합하여 모아 심는 군락을 반복시킨다. 잡초와의 경쟁에서 이겨 식물 스스로 생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일년생보다는 다년초 위주의 식물군을 사용한다. 선명하고 화려한 야생화는 물결치는 듯한 배식(培植) 기법으로 서로 어우러지게 연출된다. 단일 개체의 색상보다 꽃이나 잎의 구조, 흥미로운 단풍 및 겨울철 생존에 더 관심을 가진다. 그의 정원은 명상적이며 사계절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생명은 순환이고 정원은 각각의 단계가 모두 아름답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돌프의 정원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Five Seasons 다섯 계절의 정원>이 지난해 국가정원 선포식 때 울산 태화강에서 상영됐다. 영상 속 정원은 십리대숲을 배경으로 펼쳐진 태화강의 경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었다. 이 자리에 우돌프의 40년 지기이자 협업자인 바트 호스(Bart Hoes·네덜란드)가 초대되어 함께했다. 그는 태화강의 생태회복 스토리와 국가정원의 공공적 의미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우돌프 또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우돌프의 정원작품을 울산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홍가 쌈지조경설계사무소장 울산조경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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