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규 울산시 동구의회 의원

스포츠는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포츠 선진국은 스포츠를 개인을 넘어 국가의 활력을 높이는 사회적 기반이자 핵심 수단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 이를 위해 누구나 생활체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 1961년부터 15년 동안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에 170억 마르크(현재 가치 약 200조원)를 투자했다. 각 종목경기장 1만4700개와 실내체육관 1만5900개, 수영장 5400개 등 각종 스포츠시설을 만들었고 현재는 전체 인구의 35%인 2750만명이 월평균 약 1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체육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이후 정부가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한 생활체육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체육시설이 2000년 5371개에서 2017년 2만6927개로 5배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시설 부족 문제는 여전하고, 생활체육의 다양성 문제, 운영 체계의 문제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산더미다.

울산 동구도 마찬가지다. 14개의 공공체육시설이 운영 중이지만 생활체육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기존 시설도 축구, 야구, 족구, 게이트볼 등 특정 동호회나 특정인을 위한 시설에 집중되어 있다. 종목의 특성상 독점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해 일반 지역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에서 운영하던 생활체육시설인 서부회관 2017년 동부회관이 2019년 각각 운영을 중단했다. 하루아침에 매일 수백명의 주민들이 이용하던 수영장, 헬스장, 에어로빅장 등의 시설이 사라졌다. 주민들은 이 시설 외에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구는 생활체조, 헬스, 수영, 배드민턴, 볼링 등 보다 대중적이고 많은 주민이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때문에 동구는 최근 발표한 ‘3년 내 남목지역 공공체육시설 신축’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 접근성이 좋은 민간 소규모 체육시설을 매입 및 장기임대 해 공공체육시설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운영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번듯한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매년 수억원의 공공체육센터 운영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주민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체육 전문인력이 배치된 비영리 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공공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공공스포츠클럽은 정부의 지원으로 2013년부터 시작돼 현재 전국에 98곳에서 운영 중이며, 울산에도 2곳이 운영 중이다.

동구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화정체육관에서 (사)울산동구화정스포츠클럽이 운영 중인데 불과 4개월만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이 이뤄지면서 회원수가 기존 155명에서 250명으로 증가했고,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특히 동구 행정업무의 한 부분에서 독립하다 보니 회원들에게 추가 요금할인 등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계획들이 추진되는 등 운영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생활체육진흥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스포츠클럽 육성을 위해 행·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만큼 동구는 다른 공공체육시설에서 추가 공공스포츠클럽 운영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공공체육시설 운영에 대한 동구체육회의 자율적 의사 결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되면서 올해 지방체육회의 회장이 민간인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공공체육시설 대부분이 지자체 소유라 아직도 동구체육회의 운영에 동구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동구는 지원은 하되(팔 길이만큼 거리 두고)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의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명심하고, 운영의 재량권을 주되 책임을 묻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진정한 스포츠복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계층과 지역에 상관없이 ‘일상’에서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일생’동안 스포츠 활동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조속히 동구 공공체육시설 운영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 동구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스포츠 복지가 제공되길 기대한다. 김태규 울산시 동구의회 의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