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대지는 부풀기 시작했다. 산등성이는 부푼 만큼 가까워졌고 들판에는 어느덧 푸른빛이 돈다. 땅이 부풀면 대지는 향기를 풍기는데, 이것은 흙속의 미세입자와 봄 햇살이 만나서 발생된 휘발성 물질이 우리 코에 전해진 것이다. 봄의 모든 향기가 그렇듯 대지의 향기 또한 겨울을 견디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겨울을 견딘 햇살 같은 흙 내음이 마른나무에 닿으면 이때부터 마른나무 가지에도 새잎의 눈이 움트기 시작한다. 봄이 되니 새잎이 돋는다는 것은 하나의 현상일 뿐 그것의 온전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사람의 몸에 혈관이 있듯 나무에는 물관이 있고, 나무가 냄새에 반응하여 움을 트는 것은 나무에도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하버드공중보건대 공동연구팀은 4457쌍의 부부를 최대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긍정적인 성격의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배우자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건강한 생활습관이 상대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우리는 제 살갗으로부터 보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로부터 더 많이 보호받는다. 특정개인이 바이러스성 특정질병의 면역획득에 실패했다하더라도 ‘나’ 이외의 충분히 많은 사람이 면역을 획득했다면 ‘나’ 또한 도움을 받는다. 이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로 이동이 불가능해져 결국 소멸하기 때문인데, 정확히 그 역도 성립한다. 이렇듯 건강은 거의 절대적으로 상호의존적이다.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수많은 박테리아, 벌레, 균류 등 수천 가지 생명체와 함께 살고 있고 일부는 우리 몸속에 있다. 소화기관만 해도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수백만 마리의 박테리아로 가득 차 있다. 우리 몸 속 세포와 이들은 상호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서로서로 의지한다. 건강한 이것들로부터 고립되면 나 또한 건강해 질 수 없다. 인간의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마도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본능적 감각 때문일 것이다.

건강은 개별적임과 동시에 상호의존적이다. 이것이 건강해야 저것이 건강하고, 내가 건강해야 나의 가족도 건강해진다. 봄은 건강한 이것으로부터 건강한 저것이 생겨나는 계절이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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