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해온 국내 자동차시장에 르노삼성, GM대우 등 외국합작 자동차회사들의 도전이 만만찮다. "수성"을 외치는 현대·기아차와 선진 경영기법·기술, 직원들의 열성으로 무장하고 도전장을 낸 2개사간 시장쟁탈전이 본격화되면서 자동차업계의 판도변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본보가 국내 자동차회사 생산현장을 찾아 각사의 분위기와 작업환경, 생산·판매전략, 기업문화, 노사·고용관계 등 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해 보는 기획시리즈 "자동차산업 소리없는 전쟁"의 두번째 순서로 GM대우자동차(군산공장)를 찾았다.

매립지에 조성된 군산공장

지난 29일 오전 GM대우자동차(대표이사 닉 라일리) 군산공장이 위치한 군산시 소룡동 군장산업기지는 한겨울 못지않는 매서운 바람과 적막감이 감돌았다.

 군산앞바다와 인접한 수백만평의 매립지에 조성된데다 산업단지 특성상 주변에 민가가 없어 더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했다.

 "이 곳은 시가지와는 달리 봄가을이 없습니다. 허허벌판에 조성된 37만평의 공장부지와 11만평 규모의 건물, 자동화시스템으로 종업원수가 많지 않아 다소 삭막한 기분이 들지만 공장안으로 들어가면 생산열기로 넘쳐납니다"

 취재진을 마중나온 홍보실 직원은 일상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홍보관으로 안내, GM대우자동차의 출범과 생산공정, 공장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최행룡 군산공장 총무·홍보팀장은 "공장이 잘 돌아간다는 단적인 예는 지난 8월 중순부터 기존 1교대(주간)근무를 주야 2교대로 전환한 것"이라며 "외주를 포함해 약 3천명의 근로자들이 주야간 쉴새없이 좋은 차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고 강조했다.

올 8월부터 주야 2교대 전환

 대우자동차는 지난 99년 부도이후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외국계 회사의 인수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으나 뚜렷한 결실이 없다가 GM이 지난해 10월 군산공장과 창원공장 인수하면서 GM대우자동차로 공식출범했다.

 현대자동차가 IMF위기를 극복하고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이 회사 근로자들은 하루 1교대 근무는 커녕, 주 2~3일도 채 근무하지 못했다. 불과 몇십만원으로 한달을 살아가는 불안한 나날이 몇년째 계속됐다.

 "지난 몇년간 겪었던 심적고통은 말도 못합니다.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동료들이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남아있는 사람은 "내일 출근하는지"조차 모르고 퇴근하기 일쑤였죠. 그러나 2교대로 전환된 지금은 다릅니다. 신분도 안정돼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고, 무엇보다 내손으로 만든 신차가 잘팔려 많은 직원들이 열의로 가득차 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어렵게 말을 건네본 조립공장의 김성수씨(31)는 현장 근로자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한층 강화된 보안·질서의식

 GM대우가 출범한 이후 이 회사는 생산현장이나 근로자와의 접촉이 대우차시절 보다 한층 어렵는 등 보안이 철통같이 유지되고, 공장내 규정지키기도 정착된 느낌을 주었다.

 기획팀 임헌길 대리는 "국내 경쟁업체들의 정보유출에도 신경써야 하지만 대우를 인수한 이후 GM의 변화상에 대한 외국 자동차회사의 첩보전이 치열해 "사소한" 정보에도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된 견학로를 따라 공장내 취재에 들어갔을 때 작업현장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GM대우의 첫 모델 "라세티"와 다목적차량 "레조" 생산을 위해 일사분란한 가운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군산공장은 현대 아산공장과 함께 국내자동차 업계중 자동화시스템이 가장 잘돼있는 공장이다. 차체공장은 자동화율 98%가 말하듯 사람은 찾아볼 수 있었고 대부분 로봇이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생산직 평균연령이 31세로 르노삼성 29세보다는 많은 편이지만 현대차 38세보다는 훨씬 젊은 것도 큰 강점이다. 이 때문에 GM대우 출범이후 생산성이 대폭 향상돼 국내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로봇이 엔진오일 주입까지

 군산공장은 현대차와는 달리 한 라인에서 라세티와 레조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고 조립공장에서는 타사에서는 볼수없는 자동탑재시스템 덕분에 앞뒤 시트와 배터리, 심지어 엔진오일까지 로봇이 척척 주입하는 신기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홍보실 임태용 대리는 "차체공장 384대 등 400여대의 로봇이 자동생산을 하고 있는데다 로봇 한대가 15명분의 일을 하기에 때문에 근로자 수는 생산량에 비해 많지 않다"면서 은근히 높은 생산성을 강조했다.

 군산공장은 또 대부분의 회사가 인건비 등 절감을 위해 협력업체에 맡기는 것과는 달리 범퍼와 인스트루멘트 판넬을 제조하는 "화성공장"을 정규직으로 운영, 제품의 질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GM대우 근로자들은 인기차종으로 부상한 "라세티" 생산에 강한 애정과 짐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께 앞날이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서도 "이번마저 실패하면 재기할 수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개발에 착수, GM대우 출범과 함께 첫 선을 보여 애착이 각별하기 때문이다.

 인천본사 김성수 홍보부장은 "2004년 경쟁사의 준중형 동급 모델 출시를 미리 예상해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라며 "모든 사양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출시했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이 좋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랜동안 불확실한 미래와 고용불안에 시달린 GM대우 근로자들은 2교대로 전환되면서 신규인력을 대거 채용, 당분간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큰 위안으로 삼는다.

 군산공장에는 복직자가 거의 없지만 부평공장에는 지난 2001년 정리해고된 1천725명 가운데 400여명이 지난 7월 재입사했고 나머지 인원도 점차적으로 입사시키기로 하는 등 노사관계도 원만한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평화적 노사문화 정착 시동

 특히 3년만에 재개한 임금협상에서도 성실교섭을 통해 쟁의없이 협상을 마무리해 평화적인 노사문화 정착에도 시동을 걸었다.

 노조 군산지부의 한 간부는 "임금수준은 아직 현대차의 80%전후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용불안에서 벗어난 조합원들의 의욕이 어느때보다 왕성해 언젠가는 옛 "영화"를 재현하고 현대차를 따라 잡을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수익성이 높아지면 GM대우가 확실하게 분배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 노동조합이 정리해고 투쟁을 격렬하게 전개하던 때에도 군산공장은 파업한번 않을 만큼 극한 투쟁에는 매우 부정적인 정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군산공장 조합원 최진용씨(31)는 "이제 막 안정을 되찾은 회사에서 노사대립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기여해 오랫동안 고용불안없이 안정되게 일을 하고 싶은 것이 대다수 직원들의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추성태기자 choo@ksilbo.co.kr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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