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인출책 역할을 하던 한 주부가 자기 통장으로 들어온 피해금으로 개인 빚을 갚는 등 마음대로 썼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김영아 판사는 사기방조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2019년 5월 14일께 대부업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카카오톡으로 해온 제안을 하나 받았다.

"지금 신용등급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한데, 회사 자금으로 거래실적을 만든 뒤 대출을 해주겠다"며 "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인출해 우리 직원에게 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상대방이 대부업자가 아님은 물론, 자기 통장을 이용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전달받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를 수락하고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그는 이틀 뒤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가 자신의 통장으로 보내온 900만원을 인출했고, 이를 수금책에게 건넸다.

보름 뒤인 5월 31일. 김씨에게 인출책 역할을 부탁하는 취지의 연락이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모 저축은행 대리를 사칭해 "통장 사본과 3개월치 거래내역을 보내주면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겠다"는 수법이었다.

김씨는 이날도 보이스피싱범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통장과 주민등록증 사본 등을 팩스로 보내줬다.

사흘 뒤 김씨의 통장에는 590만원이 입금됐다. 물론 이 돈은 저축은행이 빌려준 돈이 아니었다. 김씨의 통장을 빌린 사기범이 "기존 대출금 일부를 우선 갚으면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에게 이곳으로 입금하게 한 것이었다.
김씨는 이번에는 돈을 인출해 수금책에게 건네지 않고 자신의 사채를 갚는 데 썼다. 20여일 뒤인 6월 25일에도 김씨는 다른 피해자가 비슷한 수법의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아 보내온 600만원을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과 유사한 수법의 사기방조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데도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가담하거나 피해액을 횡령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횡령죄에 대해서는 두 피해자의 피해를 보상하며 합의했고, 수사 단계에서부터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