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 원주민들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는 탈무드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다. 탈무드는 유대교의 율법, 윤리, 철학, 관습, 역사 등에 대한 랍비의 생각을 기록한 문헌인 반면, 우리가 접하는 미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일반인의 경험서가 많다. 삶에서 직접 얻은 지혜를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 탈무드와는 다르다.

<그래도 계속 가라>(조셉M.마셜, 조화로운 삶)는 그들의 지혜를 고스란히 읽을 수 있는 잠언서 같은 책이다. 북아메리카 평원 미원주민 부족으로 남부의 로즈버드 수우 족 ‘원주민 보호구역’ 안에서 성장한 작가의 생생한 삶을 읽을 수 있다. 미 원주민들의 이미지는 묵묵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이다. 표정도 희로애락에 구애받지 않는 듯하다. 내용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분통해하는 손자를 위로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들을 잃고도 초연한 할아버지와 혼자서도 세상을 살아갈 나이인 청년이 세대를 뛰어넘어 주고받는 대화가 참으로 경건하다. 슬픔과 기쁨은 맞닿아 있다는 노인의 조언은 세상 모든 독자에게 건네는 충고다.

현대인은 예측불허의 사건사고에 노출된 채 산다. 그럼에도 불행은 자신과는 무관한 듯하다. 군중의 의견에 부화뇌동하고, 작은 슬픔에 절망하며, 궂은 일을 피하려다 헤어나기 힘든 나락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사소한 일에 흥분하고, 예기치 않은 고난을 극복하기보다 얕은 꾀로 벗어나려고 술수를 부리기도 한다.

그러다 만난 고통에 슬퍼하고 절망한다. 이런 우리에게 노인은 말한다. 어떤 슬픔 속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내가 멈춰 있다고 모두의 세월이 멎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삶도 슬픔과 고통으로만 점철되지 않는다. 반대로 기쁨이나 고요한 평화 속에서 보낼 수는 없다.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계속 가다 보면 기쁨과 평화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견디다 보면 모든 순간은 지나가게 되어 있다. 계속 가야만 하는 이유다.

“강인함이란 삶의 폭풍에 용감하게 맞서고, 실패가 무엇인지 알고, 슬픔과 고통을 느끼고, 비탄의 구렁텅이에 빠져 보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것이란다” 어떤 일로든 슬픔과 고통을 느껴 비탄에 빠진 우리에게 노인은 다시 말한다. “계속 가거라.”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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