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개발국이지만 국민행복도 높은 나라
아웅산사건으로 단교 20년뒤 교류 재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국제정치 실감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호기심 충족과 함께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난달 말 미얀마를 다녀왔다. 황금의 나라로 불리지만 ‘저개발, 아웅산 테러, 사회주의 군부독재와 민주화, 로힝야족 학살과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에 대한 국제적 비난’ 등이 떠오른다. 매년초 하는 고교동문 선후배 모임에 처음 참가하여 좋았다.

비행기로 6시간 정도 날아 1월30일 밤 10시가 넘어 양곤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확연히 다른 따뜻한 날씨다. 버스로 한시간 걸리는 바고(Bago)시 인근 리조트 숙소로 이동하였다. 시차 때문에 피곤하였지만 마중나온 한타와디 리조트를 운영하는 이노시티(Innocity)그룹 임원이 해 주는 미얀마 얘기를 차안에서 들었다. 구리, 니켈, 티크목재, 루비 생산량 세계 1위인 자원부국이고, 민주화되었으나 양원제 국회 절반이 군부 추천으로 채워져 군부 영향력이 여전하며, 민주화 진영내에도 개발 등으로 돈에 눈을 떠(!) 부패가 있다는 등등. 이노시티는 섬유 주택 건설업 등을 영위하는 한국업체인데 미얀마에서 20년 넘게 사업을 해오면서 당국의 신뢰를 얻어 터미널 쇼핑몰 아파트 등 대단위 복합건축물을 양곤시내에 짓고 있다고 한다. 해외 진출한 한국인들 저력이 대단하다.

다음날 둘러본 양곤 시내는 군부정권에서 네피도로 수도가 옮겨졌으나 여전히 이 나라의 중심이다. 시외곽은 저개발로 우리 1960, 70년대가 연상된다. 과거 왕조국가에서 왕실의 권위와 후세의 행복을 위하여 조성한 황금불탑인 파고다(Pagoda)가 곳곳에 있다. 미얀마 최고인 99m 높이 쉐다곤파고다, 거대 와불의 쉐타량파고다 등을 둘러보았다. ‘내세에 대한 인간의 염원은 끝이 없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국민의 90%가 불교신자여서 현재도 기부로서 불탑 조성을 필생의 공덕으로 행한다고 하니 놀랍다. 소득 수준은 낮지만 국민들의 행복도는 부탄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한다. 물질보다 종교나 삶의 태도가 행복도를 결정하는가 보다.

세계 각국의 역사를 비교하여, 국가의 빈부차와 불평등 원인을 착취적 경제제도와 정치제도 때문이라고 진단한 미국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의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는 아시아의 대표적 사례로 북한과 미얀마를 언급한 바 있다. 미얀마는 자원 부국임에도 국민소득이 매우 낮고 빈부차가 심하다. 과거 왕조시대와 영국의 식민지배, 군부독재 시기에 착취적 제도가 존재하였고 민주화이후에도 여전한 것이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 행복도가 높은 것은 아이러니라 하겠다. 명암이 교차하는 부분이다.

아웅산 묘소에서 보았던 1983년 10월9일 북한 공작원의 폭탄 테러로 서거한 우리 정부 각료들의 추념비는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국빈 방문중이던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실패하였고 양국이 단교하였다. 20여년 지나 재개하였다 하니 ‘국제정치에서 영원한 적과 동지는 없다’는 말이 떠올라 씁쓸●다.

양곤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걸리는 헤호(Heho)시 인근 인레호수는 햇빛에 반사되어 빛을 발한다. 넓이 116㎡의 거대 호수에 즐비한 수상가옥, 나룻배를 이용한 고기잡이와 호수 바닥에 통나무 막대를 꽂아 수경재배하는 사람들, 과거와 현재의 불탑들이 빽빽한 사원과 수작업으로 베짜는 공장의 마을, 롱넥(long neck)의 카렌족과 ‘다나까’라고 하는 천연 선크림을 바른 순박한 여인들 모습을 수상보트를 타고 돌아보았다. 자연에 적응하여 살아온 인간 생존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아 가슴뭉클하다. 호수 물과 옥잠화라는 수상식물이 수상가옥 등에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배설물들을 정화한다고 하니 자연의 치유력은 놀랍다.

미얀마에는 황금 불탑과 사원의 도시 바간, 마지막 왕조의 수도 만달레이 등 보석같은 곳들이 많다. 다음을 기약해 본다. 2월3일 밤 11시가 넘어 인천행 비행기에 오르니 피로가 몰려온다. 잠들었다 깨니 어슴푸레 새벽 연무의 공항이 보이고 마음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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