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50명 돌파 급속 증가
롬바르디아·베네토 2곳 집중
2개주 11개 마을 이동 제한령
‘베네치아 카니발’ 일정 중단
밀라노 패션위크도 진행 차질

▲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 참가자가 23일(현지시간)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있다. 25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베네치아 카니발은 신종코로나 여파로 이날 중단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3일(현지시간) 밤 현재 전국의 신종코로나 확진자 수가 최소 152명(사망자 3명 포함)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보고된 76명에서 두배 증가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제·금융 중심지인 밀라노가 있는 북부 롬바르디아주(州) 내에서만 11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주도인 베네토주에서도 2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도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지난주 중순까지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 2명,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철수한 자국민 1명 등 총 3명에 불과했던 확진자가 최근 며칠 사이 갑자기 폭증한 것은 물론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이탈리아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중국 등을 여행한 적 없는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지역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신규 확진 사례는 롬바르디아와 베네토주 두 지역에 집중돼있다. 이탈리아 전체 경제의 약 30%를 담당하는 지역이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가 전날 이동 제한령을 내린 롬바르디아·베네토 내 일부 지역 주민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이동 제한령 대상은 두 개 주 11개 마을 주민 약 5만3000명이다. 지역 주민이 외부로 나가는 것은 물론 외부인의 진입도 제한된다. 경찰은 해당 지역을 수시로 순찰 중이며 당국은 이 지역을 벗어나거나 들어오려다 적발되면 벌금을 부과하는 고강도 조치에 들어갔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북부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조처도 크게 강화됐다. 경제·사회·문화·스포츠·교육 등 모든 영역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루카 차이아 베네토 주지사는 현재 한창인 이탈리아 최대 축제 ‘베네치아 카니발’ 진행을 이날 밤부터 잠정 중단하고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프랑스 니스 등과 함께 세계 3대 카니발로 꼽히는 베네치아 카니발은 애초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지난 18일 개막한 ‘밀라노 패션 위크 2020’ 역시 중국인 취재진과 바이어, 관련 종사자들의 행사 참석이 취소된 가운데 이날 예정된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의 패션쇼도 보건상 이유로 아무도 없는 텅 빈 무대에서 진행됐다.

밀라노에 있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공연장 가운데 하나인 라 스칼라도 공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고, 밀라노 등 북부지역에서 이날 열릴 예정이던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세 경기를 비롯해 모든 스포츠 경기가 취소됐다. 22일 개막하기로 돼 있던 세계 최대 안경 박람회(MIDO) 역시 5월로 연기됐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클럽 유벤투스는 토리노 알리안츠 스타디움 내 박물관을 이달 29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로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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