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분리파 건축가·예술가들은
생활 - 기능 연결 새 조형예술 목표로
삶의 질 관통하는 시대정신 만들어내

▲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를 좋아하는 이유 열 가지는 비너 슈니첼 등 음식, 자허 토르테 등 케이크, 바로크 궁전 등 건축물, 슈타트파르크 등 공원, 전차·지하철·버스 대중교통, 만년설의 물, 안전한 도시치안, 국제기구와 다문화, 수준 높은 음악회, 시민친절 등이다. 외국 도로는 포장석이 덮였지만, 비엔나는 음표로 덮였다 할 정도로 아름다운 음악도시였던 비엔나는 지금도 비엔나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다.

돌포장 길을 달리는 아인슈페너(말 1필 마차) 마부의 손에는 뜨거운 커피잔이 들려 있다. 커피는 아이스크림으로 덮여 흘리지 않고 달리는 마차에서도 마실 수 있다. 이를 ‘비엔나 커피’라 부르지만, 이곳에선 아인슈페너 커피다. 비엔나엔 비엔나 커피가 없다.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도 독일로 역수입되어 ‘비엔나 소시지’로 불린다. 비엔나의 왈츠도 랜들러에서 재탄생하여 프랑스 왈츠와 구별하려 ‘비엔나 왈츠’가 됐다.

12세기 사우디 메카, 1647년 베니스, 1684년 비엔나에 커피하우스가 생겼다. 신문, 테일코트의 웨이터, 정교한 샹들리에, 대리석 탁자, 토넷 의자를 갖춘 비엔나 커피하우스는 공개된 민주 클럽이다. 문학과 문화, 일상생활의 중심지였다.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쓰고, 카드놀이를 하고, 신문을 읽는 곳,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공론장’­공공영역의 토론공간­으로 불렀다.

순환도로(링 스트라쎄)는 1858년 중세성벽을 헐어 낸 자리에 중심거리를 만들었다. 중심거리 건축물들로 황실과 귀족들의 성안과 성 밖에 살던 교외 중·하류층을 통합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슈피어를 시켜 만든 제3제국 나치제국 건설에 링 스트라쎄 건축이 영감을 주었다고 자서전 <나의 투쟁>에 기술했다. 마차가 달리던 석제포장 순환도로 옆 인도를 매일 산책한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비엔나의 자랑이다.

‘음악의 도시’보다 프로이드의 ‘꿈의 도시’이기를 원하는 비엔나에서 건축가, 예술가들은 분리파로 시대정신을 말했다. 클림트, 훈더트바써, 오토 와그너, 아돌프 로스 등은 과거의 예술양식에서 분리하여 생활과 기능을 연결한 새로운 조형예술 창조를 목표로 삼은 분리파로서 자부심이 컸다. 이들은 20세기 시대정신을 주장했고, 21세기 시대정신 ‘삶의 질’도 관통하고 있다.

독일어 빈(Wien)으로 불리는 비엔나(Vienna)는 도나우 강변 ‘하얀 모래밭’이라는 의미의 켈트어 빈도보나에서 유래했다. 18세기 자타공인 유럽 최대의 왕조인 합스부르크가의 유일한 상속자였던 마리아 테레지아 왕후와 씨씨(SiSi) 엘리자베스 황후가 관광 요인으로 매년 500만명 관광객의 걸음을 붙잡는다.

도나우 강을 건너면 ‘작은 유엔’ 우노(UNO)시티다. 1955년 영세중립국이후 UN기구를 유치하여 국제원자력기구, 유엔공업개발기구, 오펙, 유럽안보협력기구 등이 있다. 우노시티 사용료로 1년에 1쉴링을 받지만, 비엔나의 큰 수입원이다. 1만6000명 이상의 외교관, 국제기구 직원들이 상주하는 국제회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비엔나는 10년 연속 세계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힌다. 비즈니스 수행에 매력적 환경을 제공하며 비즈니스와 모바일 인재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해외로 확장하는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삶의 질이 보장되고 안전한 도시를 찾는다. 취리히가 2위, 공동 3위가 오클랜드, 뮌헨, 밴쿠버다. 서울 77위, 울산은 몇 위일까?

울산에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스타벅스, 파스쿠찌 등 체인점들은 왜 늘어나는가? 여론 중심지 공론장인 카페를 꿈꾸는가? 친구들과 즐기는 소확행의 공간인가? 살고 싶은 도시의 커피하우스인가? 4W-봐인(Wein), 왈츠(Walz), 아름다운 여인(Weib), 비인(Wien)-의 비엔나, 서울보다 생활비가 23.8% 적게 드는 비엔나의 강점을 생각해보자.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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